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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8.2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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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 때부터 한국에서 살았는데… 난민 신청 거절당한 이란 중학생
한국 생활하며 천주교로 개종이란 돌아가면 배교 죄 처벌받아염 추기경 만나 난민 인정 호소
▲ 염수정 추기경이 난민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A군(가운데)을 격려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16일 서울 명동 교구장 집무실에서 난민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이란 중학생 A군을 만나 격려했다.

서울 잠실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2016년 난민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강화된 난민 신청 절차 탓이라고 하지만, 7살 때부터 한국에서 또래와 함께 한국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해온 A군에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A군은 법원 행정소송을 통해 1심에선 승소했지만, 2심에서 지고, 3심에서 기각당하면서 합법적인 체류를 보장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A군은 지난해 11월 서울 석촌동성당에서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은 천주교 신자다. 그런데 개종한 A군이 만약 이슬람 국가인 자국으로 강제 출국당하면, 배교 죄로 처벌까지 면치 못할 수 있어 난민 인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A군의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석촌동본당 주임 박기주 신부가 실질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구에 도움을 청하면서 이날 염 추기경과의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염 추기경과 만나는 자리에는 A군의 처지를 사회에 알리고자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동료 학생들과 A군 담임 오현록 교사가 동행했고, 유경촌(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 주교와 박기주(석촌동본당 주임)ㆍ손태진(보좌) 신부도 배석했다.

A군 친구들과 교사는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A군의 사정을 적극 알리고 있지만, 강화된 난민 신청 절차와 사회 분위기 탓에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A군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다시 난민 신청을 냈지만, "A군이 아직 종교적 가치관이 정립됐다고 볼 수 없다"며 종교적 난민 신청을 거절한 상태다. A군은 법적 체류기간인 10월까지 어떻게든 난민 지위 인정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A군의 친구들은 "추기경님께서 제 친구가 공정한 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도록 도움을 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난민 관련 문제는 적극 돌볼 것을 권고하고 계시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일은 우리 문화도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교회가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전했다.

한편, 염 추기경은 17일 교구청에서 제인 윌리엄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A군 망명 신청 건을 비롯한 국내 난민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염 추기경은 "어제 A군에 이어 오늘 제인 윌리엄스 권한대행을 만난 것은 하느님의 섭리라는 확신이 든다"며 "A군이 한국에 남아 공부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유엔난민기구와 교회가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제인 윌리엄스 권한대행은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과 주한 교황대사가 제주도에 와있는 예멘 난민들에게 보여준 관심에 감사한다"며 "가톨릭교회의 이러한 환대는 난민에 대한 사회의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난민법은 이방인을 환대하는 종교적 이념에 기초한다"며 가톨릭교회와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