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교구 후암동본당 사회사목분과장 전삼진씨가 홀로 조현병을 앓으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김용현(왼쪽)씨를 위로하고 있다. |
“인터넷에 보니까 10kg짜리 묵은지가 1만 2000원에 팔더라고요. 거기에 고추장, 된장, 간장을 돌려가며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요. 쌀은 나랏미로 해결하고요. 약을 먹어야 하니 밥을 안 먹을 수는 없더라고요. 원래 맨날 라면만 먹었어요.”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혼자 사는 김용현(뚜리비오, 51)씨는 조현병 환자다. 조현병은 정신분열병으로, 사고와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서 광범위한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다. 김씨는 항상 “너는 실패자야”라는 환청을 듣고, 누군가가 방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자신을 감시하는 느낌에 시달린다.
4형제 중 둘째로 태어난 김씨는 한국에 가족이 없다. 아버지는 일찍이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가 군 복무 중이던 1991년 어머니와 형제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당시 큰형과 김씨가 한국에 남았고, 미국 시민권자가 된 어머니는 자녀 초청 이민을 시도했지만, 장남인 형만 미국으로 건너갔다. 경제적 형편으로 두 자녀를 모두 초청할 상황이 안 됐고, 김씨는 형에게 그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나 그 양보는 엄청난 외로움과 고통을 안겼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와 머물렀던 빈 후암동 판잣집의 적막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제대 후 그 집에서마저 생활할 순 없었다. 미국에 있는 어머니가 집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택배부터 대리운전, 건설현장 일용직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보증금 없이 월세가 저렴한 쪽방 집에 가까운 집들만 전전했다.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상처는 그를 괴롭혔다. 하루에 소주 1~2병을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알코올 중독자가 됐고, 어느 날 경련을 일으켜 구급차에 실려갔고, 알코올 중독에 조현병 진단을 함께 받았다. 10년 전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매달 6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LH에서 지원하는 전세자금 6500만 원으로 몸을 누일 방 한 칸은 마련했다.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한 건 5년 전,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아픈 곳이 늘었다. 정신과, 신경과에 비뇨기과, 정형외과, 내과까지 다니고 있다. 비급여 항목이 많아 한 달에 써야 하는 의료비가 만만치 않다. 늘 생계유지에 허덕인다. 반찬을 살 돈이 부족하다.
미국에 있는 가족과는 연락이 끊겼다가 최근에야 연락이 닿았다. 어머니가 미국에서 복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씁쓸한 소식도 들었다.
그는 마음 기댈 곳 없어 흔들릴 때마다 수첩에 편지를 쓴다.
“주님, 저는 가족과 이산가족이 되는 걸 원치 않습니다. 다시는 좌절과 혼돈의 시간을 갖고 싶지 않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함께 계셔 주세요. 건강과 행복, 비록 욕심일지라도 주님께 청원하면 안 될까요?”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후견인/ 전삼진(안드레아, 서울대교구 후암동본당 사회사목분과장)
▲ 전삼진 분과장 |
외롭고 힘들게 생활하는 형제님은 미국에 계신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여러 질환이 함께 발생해 일할 수 없고, 기본적인 영양공급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따뜻한 후원을 부탁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김용현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17일부터 23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