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기관/단체
가톨릭신문 2019.05.14 등록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할랄음식점 운영하는 예멘 난민 출신 아민씨와 제주 중앙본당 하민경씨 부부

지난해 11월 7일 제주시 삼도1동에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할랄음식점인 '와르다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아랍어로 '꽃'을 뜻하는 와르다(Wardah)는 와르다 레스토랑 주인인 하민경(체칠리아·39·제주 주교좌중앙본당)씨에게 친구들이 붙여 준 별명이기도 하다.

와르다 레스토랑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음식만 파는 식당이라는 점에서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물론 제주도민과 신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이곳이 특별하고 소중한 이유는 또 다른 데에 있다. 바로 하민경씨가 제주를 제2의 안식처로 삼고 있는 예멘 난민들에게 온정을 실천하는 여정 중에 와르다 레스토랑을 개업했고 남편인 모함마드 아민(36)씨도 와르다 레스토랑을 매개로 만났기 때문이다.

하씨는 올해 4월 7일 제주향교에서 제주 중앙본당 신자들과 예멘 난민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으며 아민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에 앞서 아민씨가 와르다 레스토랑에 요리사로 취직했고 두 사람은 함께 일하며 사랑을 키웠다. 하씨가 제주에서 머리 뉘일 곳조차 없던 예멘 난민들에게 기울인 각별한 헌신을 되돌아 보면 하씨와 아민씨의 만남과 백년가약은 예비된 필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해 5월경 예멘 난민 500여 명이 내전을 피해 제주에 들어왔다. 당장 먹을 것도 잠잘 자리도 없이 거리를 배회하던 예멘 난민들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하씨는 제주시 삼도2동 지하에 있던 자신의 국악 연습실 100㎡(약 30평) 공간을 예멘 난민들에게 숙소로 제공했다. 국악을 전공한 하씨는 제주시내 초등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치면서 연습실을 운영하던 중 딱한 예멘 난민들의 처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쉼터 운영은 4개월 동안 이어졌다. 문제는 음식 제공이었다. 다행히 제주 중앙본당 신자들이 하씨의 선행에 뜻을 같이하고 100여 명의 예멘 난민들에게 빵과 음료를 가져다 줬다.

예멘 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하씨는 무슬림들이 자신들의 율법에 따른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서로에게 위안을 주는 안식처가 될 수 있는 할랄음식점을 개업하기에 이르렀다. 예멘 난민들에게 와르다 레스토랑은 이역만리 고향 소식을 나누고 취업 정보를 공유하는 생활의 거점 역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아직도 난민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와르다 레스토랑은 할랄음식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와르다 레스토랑 개업을 계기로 제주도민과 교구 신자들 사이에 예멘 난민들을 지역 공동체의 이웃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퍼져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아민·하민경씨 부부가 자리한다. 특히 두 사람이 제주향교에서 결혼할 때 신랑 어머니 빈 자리에 대신 앉은 제주 중앙본당 신자 정순자(제네로사)씨는 아민씨를 비롯한 예멘 난민들을 친자식처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난민을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라는 교회 가르침을 누구보다 평신도들이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하민경씨는 "주변에서는 제가 예멘 난민들을 위해 대단한 일을 했다고들 말하지만 저는 그들을 '친구'로 여기고 작은 일을 했을 뿐"이라며 "예멘 난민들과 '공존'하고 싶은 마음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이창준 제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