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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사설/칼럼
가톨릭평화신문 2019.02.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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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수환 추기경은 우리 곁에 있다


16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영하를 밑도는 추위에 고 김수환 추기경의 10주기 추모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줄지어 선 신자들 모습은 10년 전 추모행렬을 연상케 했다. 당시 추모행렬이 닿는 편의점마다 손수건과 물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추모객들이 시린 발을 땅에 딛고 추모한 것은 단순히 인간 김수환보다 인간 김수환이 삶을 통해 남긴 사랑과 나눔 정신이었다.

명동대성당과 성모동산, 꼬스트홀은 추기경을 그리워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화면 속에 영상으로 존재하는 추기경의 미소와 목소리를 더듬으며 그를 추억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암울했던 시기에 시대의 어른으로 권력에 맞서고, 삶의 구석진 곳곳을 찾아다녔던 바보였다. 철거민을 찾아가 손잡아주고,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 파키스탄 노동자의 대변인이 되어주고, 장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모사를 통해 "오늘 추기경님께 지혜를 물을 수 있다면 만나고, 대화하고, 사랑하라고 하실 것 같다"고 했다. 김 추기경은 서로 믿고 사랑하는 관계를 만드는 데 달인이었다. 미움과 분열이 있는 곳에 사랑과 화해의 다리를 놓았다. 그가 그리운 이유다.

추모(追慕),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보 김수환을 그리며 생각만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우리가 바보 김수환처럼,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야 한다. 한 사람의 생은,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야 그 사람도 떠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김수환 추기경의 정신을 기억하고 살아내면 추기경은 우리 곁에 있다. 추기경이 꿈꿨던 세상은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