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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6 등록
[사설] 잊힌 역사 공감하는 ‘기억의 지킴이’ 돼야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ㆍ3을 인권 차원에서 조명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행사가 2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다.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이 자리에서 "제주 4ㆍ3은 미국과 한국의 정부 당국이 저지른 인권과 인간 생명에 대한 대대적인 위반이자 범죄였다"며 "이번 심포지엄의 목적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 희생의 역사를 처음으로 국제 사회에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그러면서 "당시 학살된 3만 명 이상의 주민은 대부분 정치 이념과 무관한 농민이었다"며 "이러한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되며, 정의와 화해를 실현하고, 진정한 평화를 위해 미국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역사가 에드워드 할렛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역사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 의해 조명돼야 의미가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제주 4ㆍ3은 지금까지 과거에 자행된 비극으로만 남아있지 제대로 조명된 적이 없다. 70년이 되어서야 이제 그 아픔을 들춰내고 진상을 규명하고 있다.
교회가 이 일에 나서는 이유는 강 주교의 말대로 정의와 책임, 화해를 실현하고자 함이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해방 이후 분단과 이념 갈등을 지금까지 체험하고 있다. 이 긴박한 도전을 극복하고 참으로 정의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이루어가려면 용서와 화해, 평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기억의 지킴이가 되어 우리 민족이 화해와 용서의 다리를 잇고자 행동하는 것이다.
"잊힌 역사에 관심과 공감을 보여달라"는 강 주교의 호소를 미래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결코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