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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동정
가톨릭신문 2018.10.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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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판문점선언과 국회 비준 / 이원영
요즘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문제로 여의도 정가가 시끄럽다. 우리 헌법 60조 1항에서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판문점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은 필요한 절차라 할 것이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은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자유한국당은 국회 비준 상정조차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4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소위 통일 대박을 이야기했을 때, 현재의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 의원 대다수가 속해 있었던 새누리당은 2014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통일은 투자이며 국부 창출(이완영 의원)이라거나,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적이고 단계적인 통일(길정우 의원)의 길을 촉구했다. 남북 철도가 연결된다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계한 21세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건설의 첫걸음(유기준 의원)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2014년 3월 독일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평화 통일의 방향을 천명한 드레스덴 선언을 했을 때에도 새누리당은 통독 대박의 땅에서 통일 청사진이라고 할 드레스덴 독트린을 통해 통일 대박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발을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내디뎠다고 논평했다. 물론 여야가 뒤바뀐 당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이은 통일 드라이브에 대해 흡수통일을 경계한다는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문제제기했다.

현재와 과거의 뒤바뀐 여야 입장을 볼 때, 어느 정당이 옳다고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한반도 평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라고 생각된다. 국회 비준이 이뤄지면 정권 교체에 무관하게 판문점선언의 법적 효력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는 한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정쟁거리 이슈 중 하나였다. 그러나 남북 간의 평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독일 사례처럼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교류 협력의 지속이 필요하다. 특히 북미 관계가 해빙 분위기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이 국회 비준을 통해 평화의 초석을 놓아야 할 적기다.

그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마르 13,32) 그러니 조심하고 깨어 지켜야 한다(마르 13,33)는 말씀처럼 그리스도의 평화를 이 땅에서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한다. 정권 교체에 민감한 정치인들이 아니라 깨어 있는 우리가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원영(프란치스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