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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동정
가톨릭신문 2019.04.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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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트 / 이승훈 기자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중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은 자기낙태죄 조항에 관해 "인간의 생명은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며 "(태아를)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의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헌법의 윤리성을 판단했다. 그러나 이 마이너리티 리포트(소수자 의견)는 그다지 조명되지 않는 듯하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윤리적 토대가 없으면 결국 인간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영화 속 시스템은 미래에 일어날 범죄를 막는 좋은 장치라고 여겨졌지만, 사실은 시스템의 완벽성을 위해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폐기하고, 비인간·비윤리적 방법으로 인간을 짓밟아 왔음이 드러났다.

헌법불합치 판정이 난 다음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한 의사가 "도저히 신비롭게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제 손으로 지울 수 없다"고 호소했다. 낙태가 합법이라면 태아를 생명으로 여기는 의사의 낙태거부는 불법이 된다. 남자친구의 무책임, 부모의 강요, 사회·경제적 압박에도 생명을 지키려는 미혼모들도 이제 보호받을 수 없다. 이제 낙태는 죄가 아니기에 낙태 강요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낙태죄 헌법불합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사건이 또 다른 마이너리티 리포트들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더욱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태아를 비롯한 모든 작은 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이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