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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여론
가톨릭평화신문 2018.10.1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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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돋보기] 꿈은 이루어진다
맹현균 (마태오, 보도기획부 기자)



2023년 5월… 푸른 수풀 사이로 새들이 자유롭게 오간다. 흐르는 냇물 소리가 잔잔하다.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다는 민물고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바람은 평화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군사분계선이라고 적힌 팻말이 무색하다. 남북을 가른 선이지만,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선을 넘는다. 녹슨 철조망은 이미 사라졌다. 불편한 건 차량도, 장비도 없이 두 다리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발을 최소화해 자연을 보존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가이드의 입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목소리 높여 설명한다.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짓는 이도 있다. 종전선언은 이미 과거 이야기가 됐다.

공터에서는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남북 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여러 나라 정상의 모습도 보인다. 종교계 인사들도 속속 도착한다. 한 가톨릭 고위 성직자는 "희망은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고 말한다. 비무장지대가 평화공원으로 거듭나는 희망을 포기한 적이 없다면서 웃는다. 수년 전 평양에 다녀오면서 꿈꿨던 바람이 이제 이뤄진다며 손뼉을 치며 즐거워한다. 실제로 남북은 DMZ를 평화의 상징으로 만드는 데 합의했다. 지뢰를 제거했고, 서로를 겨눴던 무기도 전부 철수시켰다.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아 낡아 버린 전방 초소는 한국전쟁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장소로 바뀌었다. 국제사회의 찬사가 쏟아졌다. 얼마 전 유네스코는 이 지역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행사가 시작됐다. 너도나도 손을 맞잡고 소리 높여 외친다. "한반도 비무장지대를 평화의 상징, 세계생태평화공원으로 선포합니다!"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 세계생태평화공원 선포식이 열리는 이곳은 지난 2018년 10월 지뢰 제거 작업이 시작된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 일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