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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회 > 여론
가톨릭평화신문 2019.01.3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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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신앙의 부자’ 되세요
백영민 스테파노(신문취재부 기자)



얼마 전 취재 차 필리핀 세부 빈민촌을 찾았다. 2평 남짓한 판잣집에 대여섯 명의 가족이 모여 살며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그들의 삶이 가슴 아팠다.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가난 속에 태어나 가난하게 살다 가난하게 생을 마쳐야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도울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빈민촌 취재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자 가난한 이들에 대한 기억도 희미해졌다. '그들을 위해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에 빈민촌의 아픔은 기억에서 멀어졌다.

이런 '자신과의 타협'은 늘 반복됐다. 생활고에 가족이 함께 세상을 등진 비극적 소식에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의 소식에도, 삶의 터전을 잃고 목숨을 위협받는 난민들의 소식에도 측은한 마음만 가졌다. 그것도 잠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던 감정은 하루 이틀 맴돌다 이내 사라졌다.

순간적 측은지심만으로는 아무도 도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성경 속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회적 시각으로 보면 부자에게서 무슨 죄가 있겠는가. 어쩌면 부자는 라자로를 보며 불쌍한 마음을 가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부자는 가진 것을 나누지 못했고 죽어서 고통을 겪으며 후손들에게 경고를 전하려 했다. 그의 경고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내 주변에도 수많은 '라자로'가 존재했다. 하지만 도움을 주기보다 현실적 핑곗거리를 찾으며 외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외면'이 반복되면 '부자'와 가까워질 확률도 높아진다. 매년 '부자 되세요'라고 한 덕담이 이루어지게 되는 셈이다.

빈민촌에 함께 간 사제의 말이 떠오른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하지 말고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주세요." 나눔을 차곡차곡 쌓아 '신앙의 부자'가 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