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사람과사회 > 여론
가톨릭평화신문 2019.04.17 등록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신앙단상] 배우자를 위한 기도(오수진, 아가타, KBS 기상캐스터)


"하느님, 그리하여 두 사람 모두 노력하며 하느님께서 주신 삶에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배우자를 위한 기도문 일부입니다. 제가 한동안 하루를 마치며 묵주기도와 함께 올렸던 기도이기도 합니다.

맞는 인연을 만나기가 참 어렵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방송인 오수진에 대한 관심이 부담스러워 사람을 만남에 있어서 스스로 벽을 만들게 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맞는 짝을 찾는 과정이 억지스럽다고 느껴졌을 때, 배우자의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기도문은 어느 곳엔가 있을, 하느님께서 정해주신 그 사람을 지켜달라는 기도이며 나 역시도 그 상대에게 걸맞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내 삶에 충실하고 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기도였습니다.

어떤 특정한 조건의 사람, 짝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도해주실 그 상대방을 위해 내가 먼저 노력하고 준비한다는 이 기도문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안달하지 않고 하느님이 인도해주실 것이라 기도하며 지내던 어느 날, 지금 제 배우자가 된 베드로를 만났습니다.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덕에 순탄히 시간이 지나고 결혼을 약속했는데, 혼인성사를 2주 앞두고 제가 아파서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다투게 되었습니다. 한 달 가까이 의식 없이 입원해 있는 동안 결혼 날짜도 지나가 버렸습니다.

"자네, 떠나도 되네." 당시 제 아버지께서 남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저라도 의식이 있었다면 그렇게 말했을지 모릅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베드로는 "제가 구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야 전해 들었던 이 대화는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로 감동적입니다.

제 배우자 베드로는 하느님이 구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확고했다고 합니다. 또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대로, 간절하게 바라고 기도하면 들어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습니다.(마르 11,24 참조)

하느님이 어디까지 역사하셨는지, 저는 그 큰 뜻을 결코 알 수 없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믿음이 우리의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입니다. 고난과 어려움을 신앙의 관점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함께 하느님 안에서 극복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인생의 힘든 시간 동안, 신앙이 삶을 이해하는 공통의 바탕이 되며, 갈등을 풀어낼 수 있는 서로의 바탕이 되어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의 성가정에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