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사람과사회 > 여론
2019.11.06 등록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현장 돋보기] ‘마덜 영미’가 보듬은 새터민 사랑
이정훈 필립보 네리(신문취재부 기자)


소통, 대화, 협력, 지원…. 분야를 막론하고 적용하는 좋은 말들이다.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은 게 소통이고, 대화다. 특히 오랜 편견과 이념의 벽을 허물지 못한 채 외치는 소통은 우리 사회에서 더욱 쉽지 않다. 남북문제는 더할 나위 없다.

12년째 새터민들과 한지붕 아래에 살며 남북통일의 기적을 이루며 살아가는 「마덜, 영미」의 저자 김영미(베로니카)씨는 "사람이 먼저 통일을 이뤄야 한다", "그들의 상처까지 진심으로 이해하는 마음의 유대가 필요하다"는 의미 있는 말들을 해줬다. 새터민 신생아의 탯줄을 잘라주고, 새터민 신혼부부의 제주도 신혼여행도 따라가 안내해줬으며, 피 한 방울 안 섞인 자녀들의 모든 뒷바라지를 해준 경험자의 가슴에서 우러나온 말들이었다.

그가 새터민 자녀들과 함께 살기로 한 결정은 단순한 돌봄을 넘어 그들의 아픔까지 고스란히 나눠 짊어지고, 키워주며, 밝은 미래에까지 인도하겠다는 크나큰 용기다. 그는 정서가 다른 새터민들에게 가족애를 발휘하고, 이 땅에서 당당하게 사는 법을 입이 닳도록 일러줬다. 그렇다고 눈앞에 닥친 입시 공부와 고민에 매달리지 말고 "멀리 보라"며 넓은 마음까지 심어주고 있다. 모두 주님의 자녀로 거듭난 자녀들은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한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그녀 말대로 "사랑을 준 만큼 받는 기적"이다.

그녀가 새터민 자녀들과 성가정을 꾸려 사는 모습은 사도직의 새 모델을 제시해준다. 모두가 이만큼 마음과 공간을 내긴 쉽지 않지만, 적어도 그녀와 같은 마음을 지닌 이들이 많아져야 사람 통일을 먼저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김씨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한 손에는 묵주를, 한 손에는 함께 사는 미소의 손을 잡고 마중 나와 있었다. 미소는 2시간 넘는 인터뷰 동안 곁에서 내내 이야기를 들어줬다. 새터민 엄마의 환대와 새터민 소녀의 배려를 동시에 느낀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