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기획특집 > 특집기획
가톨릭평화신문 2018.08.07 등록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시간이 멈춘 땅에 희망을 더하다’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가 운영하는 파푸아뉴기니 기술학교
허허벌판에 학교 지어 교육 선교 30여 년, 발전을 선도하다
▲ 킴베 까리따스 수녀들이 테크니컬 데이에 성가를 노래하고 있다.

▲ 모르즈비 까리따스기술학교에서 열린 문화의 날 행사에서 학생들이 자신들의 부족 전통 춤을 선보이고 있다.

▲ 까리따스기술학교 인근 빈민촌인 바다바다 마을에 올해 문을 연 어린이집에서 취학전 아이들이 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받고 있다.

▲ 킴베 기술학교 학생들이 테크니컬 데이에 꽃꽂이 경연을 하고 있다.



시간이 멈춰 석기시대와 IT가 공존하는 적도의 오지 파푸아뉴기니에서 교육을 통해 미래로 시계를 돌리는 수녀들을 만났다. 뉴브리튼 섬의 작은 도시 킴베(Kimbe). 그야말로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는 곳이다. 이곳에서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소속 한국인 수녀 3명과 파푸아뉴기니 출신 수녀 1명은 국가시험에 떨어져 학교에 가지 못하는 여학생 213명(6학급)을 모아 임시 건물과 거친 풀밭에서 교육하고 있다. 수학과 과학은 물론 컴퓨터와 양재, 요리 등 각종 기술을 가르친다. 파푸아뉴기니 포트 모르즈비ㆍ킴베=서종빈 기자 binseo@cpbc.co.kr



선교 30년 만에 두 번째 기술학교 설립

7월 29일. 개교한 지 2년도 안 된 학교가 학부모와 지역민들에게 개방됐다. 제1회 학교 개방과 기술의 날(Open House & Technical Day). 주지사와 지역 유지들이 신기한 듯 곳곳을 살피고 학생들은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축제의 주제는 더 나은 기술이 더 나은 미래를 낳는다(Better Skills Brighter Future)였다.

킴베 까리따스 기술학교는 배움에서 소외된 여학생들에게 기술과 인성 교육을 겸비한 중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상급학교 진학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려고 지난 2016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가 파푸아뉴기니 교육 선교 30년 만에 수도인 포트 모르즈비에 이어 개교한 두 번째 기술학교이다.

1986년 5명의 수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곳에 첫발을 내디딘 조향숙(플로렌티나) 교장 수녀는 그동안 수많은 난관을 헤치며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교육 선교 전문가이다. 조 수녀는 그동안 선교 여정에 동행한 수녀원장 박숙녀(사라) 수녀와 함께 2년 전 이곳에 와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에 학교를 만들었다.

수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힘은 은인들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한 덕분이라고 했다. "이곳 딸(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두려울 게 없습니다." 박 수녀는 "한 명의 여성을 교육하면 가정을 교육하고 나라 전체를 교육하는 것과 같다는 신념으로 선교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35년 전 건설회사 직원으로 이곳에 파견돼 퇴직한 뒤 6년 전부터 모르즈비 기술학교에서 맥가이버로 불리며 봉사하는 박태칠(토머스 모어, 66세) 관리실장은 "보통의 정신력이 아니면 견뎌낼 수 없는 곳인데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는 수도자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는다"고 고백했다.

지금 이곳 수녀들의 간절한 소망은 임시 건물인 학교 교실과 컨테이너 수녀원을 다시 짓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 비용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수녀들은 "한국에서 버려진 건설 자재라도 매우 유용하다"며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재정과 물품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부족사회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파푸아뉴기니는 예산 부족과 인력난에 더하여 부족사회의 독특한 완톡(Wantok) 구조로 학교가 턱없이 부족해 공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영어 원 토크(One talk)에서 나온 완톡은 같은 언어를 쓰는 자기편 사람이라는 의미로 국가보다 부족을 더 우선하는 이곳 사람들의 성향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는 1986년 파푸아뉴기니의 오지 마을 아라이미리에 처음 5명의 수녀를 파견했고 1992년 포트 모르즈비에 수녀를 추가 파견하면서 교육 선교를 시작했다. 1995년 모르즈비에 설립된 까리따스기술고등학교는 현재 23개 학급에 998명이 다니는 학교로 성장했다. 한국 수녀 7명을 포함해 교사가 32명으로 늘었고 한국에서 자원봉사자와 의사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0년에는 기술학교 인근 빈민촌인 바다바다 마을의 아이들을 위해 유치원을 공식 개원했다. 올해부터는 마을에 교사를 직접 파견해 유치원 취학 전 아동들에게 알파벳, 색깔, 숫자, 예절 등을 가르치고 있다.

까리따스기술학교는 이제 파푸아뉴기니 젊은이들의 생명이자 희망이 됐다. 바다바다 지역의 최대 부족인 고릴랄라 추장 사이먼씨는 "고등학생들은 물론 학교에 유치원을 만들어서 부족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 특히 올해부터는 마을까지 직접 와서 아이들을 가르쳐 줘서 매우 고맙다"고 감사를 전했다.

까리따스기술학교 졸업생들은 현재 여러 방면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과 은행, 관공서, 공항, 마트 등 어디에서건 수녀들을 알아보고 인사하는 제자들이 늘고 있다. 현재 모르즈비 기술학교의 윌마 파텡게(Willma Patenge) 교장은 1회 졸업생이다.



교육 선교의 성공 원인

까리따스 수녀회의 교육 선교가 파푸아뉴기니에서 성공한 원인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 때문이다. 가난하고 덜 발전된 나라에서 우월의식과 자존심을 버리고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그들의 문화에 동화될 때 선교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까리따스기술학교 이사장인 최경옥(마자렐로) 수녀는 "부족 연합체 국가라 각각의 부족 문화를 이해하고 부족의 정체성에 맞게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자신의 부족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기술을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신앙 안에서 인성 교육을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다.

7월 28일 까리따스기술학교 교정에서 열린 제23회 문화의 날(Cultural Show)은 수도 포트 모르즈비에서 연중 가장 큰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학부모와 시민은 물론 유력 정치인이 참석하고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행사 주제는 문화를 통한 진정한 정체성 찾기(True Identity Through Culture)였다. 최 수녀는 "학문적인 접근보다 기술 습득과 현장 체험을 통해 생활에 실질적으로 유용한 교육을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까리따스의 교육은 전통과 공공, 신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만난 파푸아뉴기니 주재 교황대사인 쿠리안 매튜 비얀룬칼 대주교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곳 선교지에 많이 와서 창의적인 생각과 영감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 그들의 삶도 훨씬 더 개선될 것이라"며 한국 청년들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쿠리안 대주교는 2000년대 초 주한 교황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후원 계좌 : 우리은행 1005-002-183893, 예금주 : (재) 천주교까리따스수녀회 유지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