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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10.0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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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사도직단체를 찾아서] (14) 전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창출한 이윤을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위해 사용하는 경제인들이 있다. 전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회장 윤대인, 담당 임인섭 신부, 이하 경제인회)는 "가장 작은 이들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치열한 기업 경영과 사회 현장에서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축복에 감사하고 그 축복을 나누는 도구의 역할을 하면서 사업장에 가톨릭 정신이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경제인사도들. 교회 사업에 적극 협조하는 평신도 사도직단체, 경제인회를 소개한다.


■ 가장 작은 이들을 찾아

"똑똑똑! 특식 배달 왔습니다!"

윤대인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을 지나 도시락을 전달한다. 손전등 불빛 없이는 이동하기 힘들 정도로 어두컴컴한 곳도 있었지만 도시락을 주고받는 이들의 표정이 어둠을 환하게 밝힌다.

올해 서울대교구 경제인회는 한국 평신도 희년을 맞아 쪽방촌 무료 도시락 봉사를 기획했다. 물질적 지원을 넘어 몸으로 직접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고 느끼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회원들은 지난 3월부터 분기별 한 번을 목표로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주민 공동체와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을 위한 나눔도 아끼지 않고 있다. 경제인회는 해마다 1000여 명 이주민 공동체가 한 자리에 모이는 이주민 축복 나눔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제10회 이주민 축복 나눔 행사에서는 이주민을 위한 무료 진료소 라파엘 클리닉에 2000만원을 후원했다.

또 지난해에는 나눔은 희망이라는 슬로건 아래 수도회가 운영하고 있는 성모 소화의 집 등 북한이탈주민 돌봄 공동체 5곳에 후원금 500만 원씩을 전달했다. 올해 대림 시기에도 같은 공동체에 후원금을 각각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2003년 자선음악회 수익금 1억 원을 서울대교구 사회복지위원회에 전달했으며, 2005년 지진 해일 피해자, 2009년 과테말라 천사의집, 2011년 잠비아 탐부본당 등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위한 지원을 아낌없이 이어가고 있다.


■ 삶으로 증거하는 평신도 단체

지난해 자랑스러운 가톨릭 경제인상 대상을 수상한 박용만(실바노)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가톨릭 신앙과 경영 철학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것을 제가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다 보니 그 두 가지가 멀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사회복지법인 명휘원과 (재)마리아수녀회를 후원하고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도시락 봉사에 참여하는 등 평소 나눔 정신을 실천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또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며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데 앞장서왔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경제인회 회원들은 돈을 초월한 가치를 발견하며 하느님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가톨릭 경제인상은 이러한 신자 기업인을 격려하고자 1993년 제정됐으며 해마다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아울러 사업장에서 가톨릭 정신을 구현하고,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분기별로 조찬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구요비 주교(서울대교구 해외선교 담당 교구장 대리)가 평신도 경제인으로 복음을 사는 길을 주제로, 이동호 신부(가톨릭대 윤리신학 교수)가 너무 많은 이웃에의 사랑, 가능한가?를 주제로, 강북성심병원 정신과전문의 신영철 교수가 행복한 리더를 위한 정신과의사의 조언을 주제로 각각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1979년 전국가톨릭실업인회로 시작한 경제인회는 1981년 전국단체로 주교회의 인준을 받았다. 이후 2011년 전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 서울대교구를 비롯해 대구·광주대교구 등 9개 교구 430여 명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 전국가톨릭경제인협의회 윤대인 회장
"큰 금액 기부하는 단순함 넘어 함께 살아갈 방법 고민합니다"


"돈만 낸다고 다가 아닙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고민해야죠."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들과의 만남에 참여한 윤대인 회장은 당시 교황의 이야기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윤 회장은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 몇 푼 줬다고 할 일을 다 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일거리를 주고, 사회 일원으로 만들어 같이 살아가야 한다고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것을 고민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제인회는 교회 가르침에 따라 진정한 가톨릭 경제인이 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아가고 있다. 단순히 돈을 많이 기부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복음을 살아가고, 나눔의 정신을 녹여내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중"이라며 "봉사활동, 월례미사, 피정, 조찬세미나 등을 통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이 주신 돈을 우리가 관리하는 것"이라며 "돈을 쓰더라도 제대로 써야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경제인회는 회원을 늘리기 위한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한때 서울대교구 경제인회는 회원이 800여 명에 이르던 전성기도 있었지만 현재 회원은 130여 명이다. 그래도 최근 회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화요일에 봉헌하는 월례미사 참례자 수도 늘었다.

그는 "성령이 저희와 함께 해주시는 덕분"이라며 "회원들이 한 명 한 명 신앙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탈북 아이들을 돕고 있다. 주로 수녀님들이 한 가정에 10~12명 정도 키우는데 그들에게 아빠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아이들에게 맛있는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다는 그는 설이나 추석 명절 때면 북한이탈주민 공동체에 명절 선물을 전하기도 한다.

"조금씩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가톨릭 경제인으로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요즘 묵상을 하며 성경을 나눠주는 운동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