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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11.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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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읽는 성미술] (19) 기도하는 ‘하느님의 어머니’
주님 교회와 인류 전체 대표하는 ‘하느님의 어머니’

   교회는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성모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선포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이 믿을 교리가 선포되기 훨씬 이전인 2~3세기부터 성모 마리아의 품위를 드러내는 도상((圖像)을 표현하였습니다.

 

주님 강생과 연결된 성모님 도상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드러내는 이 도상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발전하였습니다. 옥좌에 아기 예수와 함께 앉아 있는 하늘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팔에 안고 있는 온전히 거룩하신 성모 마리아, 그리고 기도하시는 하늘보다 더 넓으신 성모 마리아의 모습입니다.

이 세 가지 도상 모두는 주님 강생과 연결돼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동정 마리아를 택하시어 당신 아들의 어머니로 삼으셨습니다. 마리아께서는 자유롭게 순종해 동정녀의 몸으로 당신 아드님을 성령으로 잉태하고, 낳고, 길렀으며, 주님의 종으로서 평생 동정으로 사셨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고, 교회와 인류 전체를 대표하는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이처럼 성모님의 신원은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신앙의 자유를 얻은 이후 그리스도교 성미술은 급속히 발달합니다. 이때부터 교회는 도상마다 적합한 이름을 지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헬라어로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상을 브레포크라투사(Η βρεφοκρατουσα), 한 손에 두루마리를 들고 다른 손으로 강복하시는 아기 예수를 안고 주님을 가리키고 있는 성모님의 도상을 인도자이신 성모(Η Οδηγητρια-호데게트리아)라 불렀습니다. 또 아기 예수를 가운데 두시고 두 팔을 펼친 채 기도하는 모습을 한 성모님을 하늘보다 더 넓으신 분(Η Πλατυτερα των Ουρανων-플라티테라)라 했습니다.

브레포크라투사와 호데게트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로서 성모님의 신원과 품위를 드러내지만 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원을 확연히 드러내는 도상입니다. 플라티테라 역시 주님과 성모님의 신원을 드러내지만, 무엇보다 하느님께 순명하는 성모님의 믿음을 고백하는 도상입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다"(루카 1,38)는 성모 마리아의 동의로 말미암아 인류 구원의 길이 열렸습니다. 그래서 이레네오 성인은 성모님의 빛나는 성덕을 기려 "하와를 통해 죽음이 왔고, 마리아를 통해 생명이 왔다"고 고백했습니다.

성경엔 성모 마리아께서 기도하는 모습이 두 차례 나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강생하기 전에, 즉 그리스도의 잉태를 위한 주님 탄생 예고 때, 그리고 성령께서 강림하시기 전에, 즉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형성하기 위한 성령 강림 때에 성모께서 기도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성모님의 기도에는 "하느님의 뜻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청이 담겨 있습니다. 성모님의 이 기도는 교회가 드리는 기도의 전형입니다.

기도하시는 성모님의 도상은 두 가지 유형으로 크게 나뉩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이어온 전통적인 도상은 플라티테라입니다. 이후 도상이 발전하면서 기도하는 동정녀의 도상이 등장합니다. 이 도상은 성모님 혼자서만 두 팔을 위로 벌려 올리시고 기도하는 모습으로 라틴말로 오란스(Orans)라 합니다. 플라티테라와 오란스 도상의 공통점은 성모님께서 정면을 향해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계시다는 것이고, 차이는 아기 예수와 함께 있느냐는 점입니다.




▲ 무라노 성당 오란스. 비잔틴 미술의 백미로 6세기 이후 등장하지만 11세기부터 유행하던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베네치아 무라노 섬의 성모 마리아

이번 호에는 오란스 두 작품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먼저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 섬의 성모 마리아와 성 도나토 대성전(Basilica di Santa Maria e Donato)의 12세기 모자이크 오란스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비잔틴 성미술의 백미를 보여줍니다. 베네치아 산 마르코 대성전 모자이크 기술자들이 제작한 이 도상은 독창성이 두드러진 작품입니다. 성모님의 옷차림과 기도하는 팔의 자세가 전통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성모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려오는 짙은 청색의 긴 옷을 입고 있습니다. 옷의 끝단에는 하늘의 모후이신 존엄한 분이심을 드러내는 황금색 띠와 금실 솔이 장식돼 있습니다.

또 머리와 양쪽 어깨에는 십자가 모양의 별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별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냅니다. 또 붉은색 후광으로 성모님의 존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붉고 푸른 옷색깔이 붉은색 후광과 푸른 옷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이러한 화풍은 6세기 이후부터 등장하나 11세기부터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성모님 양옆의 ΜΡ와 ΘΥ는 Μητηρ Θεου의 약자로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뜻입니다.


 

▲ 13~14세기에 제작된 기도하는 동정녀.

 13~14세기 오란스 작품

그리스 아테네 비잔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3~14세기 오란스 작품입니다. 템페라 기법의 이 작품에서 성모 마리아는 짙은 자색의 겉옷을 머리까지 두르고 있으며 그 안에 발목까지 오는 짙은 청색의 긴 옷을 입고 있습니다. 청색과 자색의 두 옷감은 인성과 신성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성모 마리아께서 본성은 인간이지만 참 하느님을 잉태하심으로써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음을 드러냅니다.

성모님의 커다랗고 온화한 두 눈은 영적인 세계로 이끕니다. 두 팔을 하늘 위로 벌리고 기도하는 모습은 하느님의 뜻이 그대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모든 인류가 당신 아드님과 완전히 하나 되어 구원될 수 있도록 간구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