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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특집기획
2020.05.2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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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에서 꿈 키우고 지구 환경 위해 행동하는 ‘당찬 아이들’
[청소년 주일] 청소년 문화공간 JU역촌동에서 만난 학교 밖 아이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들이 과거의 기억을 간직한 채 현재에 용기를 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기를 당부한다. 한국 교회는 5월 마지막 주일을 청소년 주일로 지낸다. 청소년 주일을 맞아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가는 학교 밖 청소년들, 기후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청소년들을 만났다.


▲ 한 학교 밖 청소년이 제과제빵 수업에서 과자를 만들고 있다.




다름과 틀림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다른 것을 틀리다고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틀린 것은 없다. 다를 뿐이다. 이 청소년들은 다른 길을 가는 중이다. 스스로 배움을 선택하고 미래를 준비해 나간다. 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다. 청소년 주일을 맞아 청소년 문화공간 JU역촌동(담당 피승윤 신부)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났다.




방황하다 제과제빵 자격증 준비 중

불타는 금요일인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JU역촌동은 기타 소리로 가득했다. JU역촌동에서 진행하는 취미 활동 프로그램인 기타반 수업이다. 이찬(16) 군도 기타를 배우고 있다. 이군이 학교를 그만둔 건 2018년, 중학교 1학년 때였다. 휴대전화를 가까이하다 밤낮이 바뀌어 학교에 자주 결석하면서 친구들과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래서 자퇴했다. 대안학교도 다녀봤다. 학교와 다른 건 없었다.

하지만 2019년 JU역촌동에 오고 나서는 이군에게 변화가 생겼다. JU역촌동의 도움으로 한 달 만에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제과제빵도 배웠는데 소질이 있다는 이야길 들었다. 그래서 제과제빵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 군은 "JU역촌동에는 자격증반도 많이 있고 취미로 즐길 수 있는 것도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한테 어떤 게 맞는지 다양하게 경험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한겨레(리사, 23)씨도 학교 밖 청소년이었다. 한씨가 학교를 그만둔 건 학교 폭력 피해 때문이었다. 2014년,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인 꿈드림에도 나가고 인터넷 카페 활동도 했다. 그러다 19살에 호주로 유학을 가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비록 한 학기 동안이었지만 외국 생활을 하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고 무엇보다 한씨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한국에 돌아온 한씨는 움직이고 싶어 몸이 간지러웠다. 그때 이후로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웠다. 한씨는 작년부터 JU역촌동에 나와 기타를 배우고 있다. 작년 9월에는 세종사이버대학교에 입학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씨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기죽지 말고 당당해지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 많이 도전해보고 경험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JU역촌동 담당 피승윤 신부는 "일찍 사회에 진출해 살아가고 싶은 것인데 문제가 있어서 학교를 그만둔 것처럼 바라본다는 것이 학교 밖 청소년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학교 안과 밖을 구분하지 말고 같은 청소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정보와 기회 줄 수 있길

피 신부는 "학교 밖 청소년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청소년 발굴"이라고 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에 대한 정보를 알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알릴 수가 없다. 피 신부는 "법이 개정돼서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에 대한 서비스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JU역촌동의 JU(주)는 주인공, 주체, 주님을 뜻한다. JU역촌동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미래를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최근에는 서울형 대안교육기관으로 선정돼 서울시로부터 임대료와 교사 인건비, 프로그램 개발비 등을 지원받게 됐다. 피 신부는 "지금보다 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전문적인 기관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