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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 복음생각/생활
가톨릭평화신문 2018.08.07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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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27)예수님 마음으로 떠나는 진정한 휴가


이맘때면 많은 사람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떠난다. 우리 교육관과 수녀 공동체도 휴가 기간이라 조용하다. 직원들은 가족과 여행하면서 재미있게 놀다 오겠다고 한다. 수녀들도 평소와 다르게 그동안 못 본 영화도 보고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매년 느끼지만, 휴가 다녀온 사람들을 보면 엄청난 노동을 하고 온 사람들처럼 지쳐서 나타난다. 휴가만 다녀오면 사무실이 더 덥게 느껴지고 힘들다고도 한다. 휴가를 잠깐 다녀온 수녀도 들어서자마자 "아휴 왜 이리 덥지? 적응이 안 되네"라고 말한다. 기도 시간에도 제대로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며칠 간의 휴가로 충전한 것이 아닌 방전된 것이다.

쉰다는 것은 무엇일까? 현실로부터 단절되고 도피하는 것이 쉼일까? 혹시 우리는 진정한 쉼의 감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쉼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근심에서 벗어나 한가로움을 즐기는 영역이다. 늘 무언가 해야 하는 우리 일상에서 한가로움은 게으르고 나태하게 느껴지게 하는 느낌이다. 철학자 한병철씨는 "한가로움은 삶의 필요 너머에 있는 강요도 걱정도 없는 자유의 공간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쉰다는 건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것이다. 한가로움은 단순히 비활동의 차원이 아닌 내 존재의 근원과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쉼을 위해 한가로워야겠다. 그런데 갈수록 한가로움을 즐길 힘을 잃어가는 것 같다. 늘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일상에 깊이 빠져 있다. 쉼이 또 다른 활동으로 이어질 뿐이다. 우리의 휴가는 늘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으며, 더 분주하고 바쁜 활동 속으로 뛰어들게 한다. 그런 휴가에서 돌아오면 더 피로하다. 일상에 적응하려면 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실상 쉼은 일상을 위한 준비이자 재충전의 기회인데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일상에서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우리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하신다. 어떻게? 당신 자신의 온유와 겸손한 마음에 와서 쉬라는 것이다. 피로를 풀고 근심에서 벗어나라고 하신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질 것이다.(마태 11,28-30)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쉼이 단지 어딘가로 떠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신다. 어디를 가든 언제든지 쉴 수 있는 일상과 연결된 안식의 공간을 알려주신다. 그러니까 진정한 휴양지는 바로 온유하고 겸손한 예수님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제대로 쉼을 즐기는 것도 능력이다. 평소에 훈련이 필요하다. 매 순간을 충전의 기회로 삼는 힘. 그것이 바로 온유한 마음이 아닐까.

살레시오 성인은 "온유함은 사랑의 꽃이며 수많은 덕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뛰어난 덕행"이라고 한다. 그는 부자와 가난한 자, 어른과 어린이, 남자와 여자 등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태도로 대했다. 늘 부드럽고 온화했다. 화를 내는 사람이나 무뚝뚝한 사람도 똑같이 온유하게 대했다고 한다.

온유함은 그 자체가 한가로움이다.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변하지 않기에 조급함과 흥분, 분노도 없다. 그래서인지 온유한 사람은 언제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준비가 된 사람이다. 활동과 비활동, 떠남과 머무름, 일상과 휴가 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어쩌면 온유함 그 자체가 쉼일지도 모른다.

언제든지 쉴 수 있는 훈련을 해야겠다. 온유하고 겸손한 예수님의 마음으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한가롭게.



성찰하기



1. 우리의 휴가가 분주한 활동이 아닌 재충전의 쉼이 되게 해요.

2. 쉰다는 건 일상의 도피가 아닌 연결이라는 것을 기억해요.

3. 온유하고 겸손한 예수님의 마음에서 진정한 쉼을 찾아요.

4.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 한가로움을 자주 누려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