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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 복음생각/생활
가톨릭평화신문 2018.08.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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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무더위도 막을 수 없는 나눔의 기쁨
김남훈 (대건 안드레아, 단중독사목위원회 가톨릭사랑평화의집 소장)



오전 10시, 한참 에어컨을 켜 놓았지만, 냉기가 맥을 못 춘다.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수증기를 요란하게 뿜어내는 가스 밥솥 옆에서 반찬을 볶고 튀기며 도시락을 만드는 일은 베테랑 봉사자들에게도 쉽지 않다. 여름에는 더위와 휴가로, 겨울에는 추위와 연말 행사로 봉사자들의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

오전 10시 30분, 배달 봉사자들이 도착하고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된다. 이사가 잦은 서울역 앞 쪽방촌에서 길을 찾기란 매우 어려우므로 도시락 배달에 앞서 오리엔테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 먼저 미로 같이 얽혀 있는 쪽방촌의 지도를 익힌 다음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다. 장기 입원을 했거나, 월세를 내지 못해 다시 거리로 나갔거나, 홀로 고독하게 생을 마감한 경우 등등…

오전 11시, 조리 봉사자와 배달 봉사자들이 모두 주방에 모여 도시락 용기에 정성껏 음식을 담는다. 조별로 배달할 도시락의 숫자를 확인하고 배달 가방에 도시락을 넣는다.

오전 11시 30분, 3인 1조를 이룬 배달 봉사자들이 담당 지역으로 출발한다.

오후 12시 30분, 봉사자들이 배달을 마치고 돌아온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쉴 사이도 없이 방금 만나고 온 이웃들의 소식을 알려 준다. 쪽방에 소형 에어컨이나 냉장고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도 한다. 하지만 전기료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겐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봉사를 마치며 나눔에 관해 생각해본다. 나눔은 자신이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 자신의 시간이나 재능을 소외된 이들에게 나누고 베푸는 것이다. 나눔 활동은 신앙인의 실천적 사명이며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다. 더위를 무릅쓰고 무료 도시락 나눔 봉사에 참여해 땀 흘리는 일, 생필품 구매 비용을 후원하는 일은 그 자체가 하느님의 축복이며 우리의 큰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