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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 복음생각/생활
가톨릭평화신문 2019.02.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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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 (52) 혼자이고 싶은 이유




강의를 시작하기 전 잠깐 멈춰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의 마음이 집이라면 어떻게 생겼을까. 내 마음의 문은 사람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게 열어놓을 수 있을까. 가족의 방은 어떻게 꾸밀까. 창밖에는 비가 올까, 해가 떴을까. 내 마음의 집 주인은 나일까. 아니면 불안과 걱정이나 욕심은 아닐까.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본 후 각자의 마음의 집을 그리게 했다. 그리고 집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는 혼자 있는 방이 꼭 필요해요." 너무 고단하고 힘들기 때문이란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자기만의 특별한 방이나 공간을 만들어놓고 가족과 분리된 공간에 있음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는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입도 떼기 싫단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게다가 마음의 문도 열어놓은 사람은 많지 않다. "친한 사람만 내 집에 들어올 수 있어요." "일단 누구인지는 확인해야겠지요."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스트레스받을 거 같아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만난 많은 여성은 자신과 가깝고 친밀한 공간에 자녀와 함께 있었다. 이웃이 언제든지 들어오도록 대문도 열어놓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대가 바뀐 것인지, 살기가 힘들어서인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 머무르고 싶어 하는 원의가 높아진 것 같다. 그렇다고 혼자 있을 때 피로감을 씻을 수 있는 쉼의 시간을 보내긴 하는 걸까? "스마트폰 하지요" "TV 봐요" "애완견 산책시켜줘요. 물론 스마트폰 하면서…." 고단하고 피곤하면 뇌를 쉬게 하도록 비워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스트레스성 호르몬의 양을 더 늘려주는 격이다.

요즘 떠오르는 트렌드 키워드가 1인 체제 나만의 공간 간편 가정식 유튜브 홀릭 워라밸 소확행 케렌시아 등이다. 나 홀로 트렌드를 부추기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혼자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만의 공간에서 놀고먹고 운동할 수 있어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도 한다. 돈 안 들이고 즐기는 유튜브가 있고 소통하고 싶은 사람만 만날 수 있는 소셜 미디어가 있다. 때로는 백화점에서나 거리에서 누군가 너무 친절한 것도 귀찮다고 한다. 알고 싶으면 검색하면 되니까.

그러고 보면 수녀인 나도 무인 계산대에 익숙해지고 전화보다 문자 메시지가 편하다. 정말로 친하지 않으면 전화하는 것도 망설여진다. 아침에 전화하면 실례일까 식사할 때 전화하면 안 되겠지 전화로 할까, 문자로 할까 사람들에게 전화할 때 무던히도 많은 생각을 하고 용기 내어 전화하는 나를 본다.

실제로 한 언론사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요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드문 일이라고 답한 사람이 무려 70 정도나 된다고 한다. 전화를 주고받을 정도라면 진짜 친밀한 관계라고 답한 사람도 70를 넘는다. 놀라운 것은 자주 경험하는 감정 1위가 귀찮음으로 나타났다. 나 홀로 문화나 1인 시스템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겠다. 귀찮음, 이 감정은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일까. 현대 기술의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그래서 피곤한 노동에서 벗어나고픈 게으름 때문일까.

산책하러 나갔다. 산책길에서 스마트폰과 애완견은 필수가 되어가는 것 같다. 마치 관계의 대상이 굳이 인간일 필요는 없다는 듯 다들 편안해 보였다. 그런데 이러한 풍경에 익숙해지는 내가 조금은 무서워지려고 한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계단에 올라서는데 어디선가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녀처럼 까르르 웃으며 대화 삼매경에 빠진 중년 여성들을 만났다. 순간 나의 얼굴에 기분 좋은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사람과의 관계만으로도 행복하기를.



성찰하기

1. 기술이 준 편리함은 나를 게으르고 허약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혼자 있고 싶은 걸까요?

2. 지친 뇌를 쉬게 하도록 쉼도 필요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면역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3. 스트레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직면하고 바라보고 품어줄 수만 있다면 웬만한 스트레스는 넘길 수 있을 겁니다.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