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을 해주세요.

로그인
닫기
사목/복음/말씀 > 교회/교리상식
2020.12.01 등록
크게 원래대로 작게
글자크기
[생활 속 영성 이야기] (47) 랜선을 타고 전해지는 하느님의 사랑

"기적을 선물 받았어요!"

"비대면이라 걱정했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고 신선했어요."

"아직 갈 길이 멀고 부족한 부부지만 하늘이 주신 기회로 생각하며 서로를 위해 노력하고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ME 주말의 좋은 점을 몇 글자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서 내 마음을 이렇게 정리하고 청소해 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주일까지 우리 부부가 발표 봉사를 했던 ME 주말에 참가한 부부들이 나눠 준 체험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된 ME 주말이 서울에서는 11월부터 재개되었다. ME 주말에서는 부부 세 쌍과 신부님 한 분이 발표 팀을 이뤄 준비하고 진행한다. 우리 팀도 네 번의 사전 준비 모임을 하며 차곡차곡 준비해 왔는데 ME 주말을 앞둔 그 주간 월요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00명을 넘어 300명을 바라보고 있어 걱정이 밀려왔다. 어떻게 재개된 ME 주말인데 다시 취소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사실 처음 팀 배정이 되었을 때부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비대면 ME 주말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팀들과는 공유해 왔기 때문에 취소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수요일에 신부님을 통해 교구에서 소모임을 자제하라는 메시지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아직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비대면 방식의 ME 주말!

ME 주말 체험을 간절히 바라는 부부들에게는 전면 중단된 기간이 정말 긴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회가 어려워지면 부부간의 갈등도 많아지고 위기의 부부도 많아질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인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모두 중단되었으니 이분들의 어려움을 누가 도와줄 수 있을까 싶어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지난 9월 ME 한국협의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발표 부부 양성을 위한 비대면 디퍼 주말을 실시했는데 그때 우리 부부가 기술과 진행 지원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을 취소하기보다는 비대면으로 해 보자는 생각을 해서 서울 ME 대표님께 건의를 드려 허락을 받았다. 발표팀 신부님과 부부들도 흔쾌히 한마음이 되어주었다.

남은 시간은 불과 이틀밖에 없었지만 우리는 한 몸처럼 움직여 비대면 주말을 위한 준비를 했고 부부들을 맞이하였다. 이번 주말에 참가한 분들은 부부 네 쌍과 신부님 한 분이었는데 비대면이라는 낯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함께하기로 한 것은 그분들께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주님, 이 주말이 비록 비대면으로 열리는 주말이지만 이 부부들을 위해 마련해 놓으신 당신의 은총을 부족함 없이 전해줄 수 있도록 저희를 도구로 써 주소서. 저희는 당신께 의탁하며 이 주말에서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믿고 임하겠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바치며 ME 주말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긴장된 모습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던 부부들의 모습이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편안해졌다. 처음엔 서로에게 눈길도 주지 않던 부부가 서로 다정한 눈길을 주고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주님께서 이곳에 함께 계시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계심을 느꼈다.

참가 부부들과 발표 부부들을 이어 주는 것이 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를 이어 주고 있는 것은 참가자들의 절실함과 발표 팀의 진심,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주님임을 절절히 깨달았다. 대면이냐 비대면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진심을 다해 다가가는가, 하느님의 사랑을 진정 믿는가에 달려 있다. 하느님의 사랑에 우리 자신을 내어 맡기고 그분이 바라시는 일에 최선을 다한 우리 발표 팀의 열정이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 것이라고 믿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최고의 ME 주말이었다.




고유경 (헬레나·ME 한국협의회 총무 분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