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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가톨릭평화신문 2019.04.2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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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 보지 않고 믿는 신앙
▲ 한민택 신부



부활하신 예수님에 관한 소식을 듣고도 믿지 않았던 제자들의 이야기를 복음서 곳곳에서 만납니다. 토마스 사도만이 아니라 실은 대부분의 제자가 믿지 않았습니다.(마르 16,9-14 참조) 예수님께서 친히 나타나시어 믿지 못하는 제자들의 '완고한 마음'을 꾸짖기까지 하셨던 것입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예수님의 이 말씀은 토마스 사도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오늘 복음의 결론은 토마스 사도의 '불신앙'이 아니라 사도의 '신앙 고백'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예, 토마스 사도는 믿었고, 온 존재를 다해 예수님을 주님이요 하느님으로 고백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은 불신앙에서 신앙으로 건너간 토마스 사도의 여정에 주목하라고 하는 듯합니다. 복음이 전하는 토마스 사도의 신앙은 '영웅적'이고 '이상적'인 신앙이 아닌 '현실적'인 신앙입니다. 그의 신앙은 완전무결하지 않았습니다. 불신앙과 의구심이라는 어두운 시간을 관통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신앙 역시 완전한 신앙이 아니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따르는 길을 걸으며 그의 신앙은 더욱더 성장하고 견고해질 것입니다.

토마스가 걸은 여정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우리도 내면에서 불신앙과 의구심을 종종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약하다고 느끼며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토마스 사도는 우리가 자신의 나약한 믿음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불신앙과 의구심이 믿음에 장애가 되는 '걸림돌'이 아니라 딛고 나아가야 할 '디딤돌'이라고 말합니다. 토마스가 살아 계신 주님을 뵙고 신앙을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은 저항하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사도의 신앙을 우리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저항'하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도처럼 반신반의하는 우리 자신 말입니다. 그 저항은 눈에 보이는 것에 만족하려는, 당장 주어지는 것에서 희망을 두려는 우리의 습성에서 옵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예, 예수님의 말씀처럼 진정한 신앙이란 보지 않고 믿는 것입니다. 보고 믿는 것은 진정한 믿음이 아닌 '사실 확인'일 뿐입니다. 신앙은 보이지 않는 것, 눈과 손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을 향합니다. 신앙의 대상은 손으로 만질 수도,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살아 있는 신비로운 인격이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사도의 신앙 고백은 살아 계신 인격, 부활하신 예수님을 향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그 신앙의 길로 초대합니다. 부활하신 주님, 우리 안에 살아계신 그분께 마음을 두라고 합니다. 우리가 실의에 빠져 좌절하고 절망하는 이유는 우리의 희망을 부활하신 주님이 아닌, 눈에 보이고 당장 주어지는 세상의 것에 두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로마 8,24-25)

부활시기를 지내며 교회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다가오시는 그분께 마음을 열고, 삶을 그분께 온전히 '내맡기는 용기'를 청했으면 합니다.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 교수, 이성과신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