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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가톨릭평화신문 2019.06.0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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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숙 수녀의 중독 치유 일기] (27)“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
유혹의 계절, 재발 막으려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봄에 만물이 소생하고 더위가 시작되면 녹음이 짙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푸르고 시원해진다. 하지만 알코올의존치료센터에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계절이 봄과 여름이다. 술을 드시는 분들이 겨울에는 생활하기 어려우니 폐쇄 병동에서 지내다가 따뜻한 계절이 되면 퇴원해 다시 술을 시작한다. 그래서 봄, 여름은 유혹의 계절이 된다. 더워지면 탁자를 밖에 내놓고 영업하는 식당들이 많은데,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점이 밀집된 장소들은 재발을 자극하므로 피해야 한다.

재발 예방에는 3가지 요소가 있는데 계절, 시간, 장소다. 자주 술을 마시던 장소나 시간은 중독되었을 때 기억된 뇌가 활성화되어 술의 갈망을 촉진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비교적 단주 유지가 잘 되고 있더라도 기억된 뇌의 활동이 예전 상태로 돌아가려는 현상들로 인해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간혹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거나 "이제 술을 보아도 먹고 싶지 않아요. 전혀 유혹도 관심이 없어졌어요" 하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경우 치료사로서 가슴 한켠이 불끈 올라온다.

반드시 술을 마셔야만 재발이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을 실험하려 술자리를 자주 만들어 참석하거나 도박 유혹을 점검하기 위해 배팅을 해 보는 행위들이 이미 재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독은 오랜 기간 뇌의 구조를 변형해 스스로 조절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게 한다. 「12단계 12전통」은 1단계 '우리는 알코올에 무기력했으며,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습할 수 없음을 깨닫고 시인했다'에서 스스로 무기력함을 잊고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다고 합리화시키는 것이 재발의 시작이라고 정의한다.

이때, 치료자가 다시 각인시키는 것보다 단주를 유지하고 있거나 재발 경험을 한 동료가 경험을 통해 술과 타협하지 않는 방법, 비합리적인 중독적 사고, 일상생활 원칙을 구체화하는 방법들을 알려주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들이 단주와 단도박의 스승이기 때문이며,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게 강력한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는 올해 개원 19주년을 맞았다. 센터 개원과 함께 지금까지 단주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료들에게 늘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그들의 눈빛, 행동, 태도는 사뭇 다르고 힘이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초년생에 대한 애정과 사랑의 마음이 얼마나 큰지? 자신들의 어둠이 어떻게 빛으로 변화되었는지?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성령의 바람을 불러일으키어 제자들을 파견하신 것처럼 이들은 중독이라는 높은 산들을 함께 넘어가도록 센터에 파견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공개적인 메시지로 담대하게 자신을 고백하는 모습은 성령으로 가득 찬 제자들과 다를 바 없이 빛이 난다. 얼마나 기쁨과 희망에 찬 증언들을 당당하게 하는지 놀랍다.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 상담 : 032-340-7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