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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복음/말씀
2019.10.0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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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수녀의 살다보면] (84)황혼 이혼의 위기
▲ 인생 황혼기에 이혼의 원인 중 하나는 ''소통 부재''라 한다. 우선은 서로의 마음을 열어 보이는 대화가 필요하다. CNS자료사진



언젠가 B가 찾아와 울먹이면서 "남편이 외도했다"며 "가슴이 시리고 죽을 거 같다"고 했다. 나는 들으면서 '못돼도 그렇게 못된 남편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B의 남편을 만났다. 그는 자신의 외도를 부정하면서 아내가 너무 미워서 해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동안 30년 넘게 잘 살아왔다. ME 부부 활동도, 신앙생활도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다. 그래서 이들을 아는 사람들은 이들의 별거가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 역시 결혼 전부터 알아온 부부라서 당시 이들 소식을 듣고는 충격이 컸다.

남편은 원래 별로 말이 없다. 그러나 늘 부드러운 미소로 충실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가족적인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찡그린 얼굴로 나타나 푸념하듯 말했다. "내가 뭐 돈 버는 기계입니까? 돈 한 푼 쓰려면 눈치 봐야 하고, 숨이 막혀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어요."

단순히 여자 문제가 아닌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다. 순간 자기 표현을 잘 못하는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 감정을 켜켜이 쌓아놓고 가슴앓이하면서 살아왔을까 생각하니 참 안돼 보였다. 아내는 소극적인 남편을 대신해서 주도적으로 가정을 이끌어왔고 이제 좀 제대로 살아보려는데 남편의 반란이 어처구니 없다 하니 아내 역시 안돼 보이긴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남편은 아내의 당당하고 거친 말들이 거슬렸고 아내는 원인도 알 수 없는 남편의 냉정함에 짜증이 났다고 한다. 남편은 평생 살아오면서 아내에게 존중받고 인정받지 못했다 하고 아내는 남편과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 한번 제대로 못 하며 살았다고 한다. 아내는 아내대로 무거운 살림을 짊어지고 여기까지 왔고 남편은 남편대로 하라는 대로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서로를 향해 분노의 화살을 마구 쏘아 올리며 '너 때문이야!'라고 한다.

당사자가 아닌 나로서는 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남편이 아내에게 원하는 것은 단지 '존중'이고, 아내가 남편에게 원하는 것은 '솔직한 대화'였다. 그런데 서로 만나 이야기하는 것조차 거부하니 말이다. 그들은 많은 하객과 하느님 앞에 혼인 서약을 하고 맹세를 했다. 분명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그동안 좋은 일도 많았을 텐데. 서로를 위해 희생도 했고 좋아하기도 했을 텐데.

인생 황혼기에 이혼의 원인 중 하나가 '소통 부재'라고 한다. 그런데 소통이란 단지 말이 아닌 것 같다. 우선은 진실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소통은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마음을 서로 열어 보여야 한다. '너'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만약 둘이 못하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프로이트는 '말하기'를 통해 심리적 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말을 한다고 과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과거에 대한 나의 시선이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니까 암울하고 캄캄하게 보였던 나의 과거에 작은 불 하나 켜질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또 하나. 그러다 보면 과거는 바뀌지 않아도 분명 다르게 보일 것이다. 과거가 다르게 보이면 현재가 달라진다. 현재가 달라지면 내일도 변화하리라.



성찰하기

1. 관계의 위기가 올 때 소통해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 없어요.

2. 먼저 상대방의 마음속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요. 억지로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말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해줘요.

3. 그리고 조금만 아주 조금만 말투를 바꿔요. 말투만 바꿔도 많은 것이 해결되지 않을까요.



<살레시오교육영성센터장, 살레시오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