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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생활/문화/ > 일반기사
2019.10.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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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로마법에 비춰보는 현대사회 문제들
로마법 수업 / 한동일 지음 / 문학동네 / 1만 5500원





"로마법은 인류의 오랜 꿈과 이상을 명석하고 정확하게 기술한 문장들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추상적이고 막연한 인간의 소망과 기대를 구체적이고 또렷한 문장으로 현실화시키려 노력한 로마인들의 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10쪽)

「라틴어 수업」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한동일 작가가 로마법으로 책을 냈다. 한 작가는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의 변호사다. 로타 로마나가 설립된 후 700년 역사상 930번째로 선서한 변호인이다. 2001년 로마 유학길에 올라 2003년 교황청 라테라노대학에서 교회법학 석사과정을 마친 후 이듬해 교회법학 박사학위에 도전했다.

책에는 2000년 전의 로마법으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인간다움을 되찾으려는 노력의 결실이 담겼다. 단순히 로마법 조항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다. 로마법 가운데 현재를 살아가는 생활인들이 흥미를 느낄 부분을 추려 키워드로 뽑았다. 결혼과 비혼, 돈과 계급, 여성 문제, 낙태와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삶과 쟁점에 긴밀히 연결되는 이야기를 썼다.

로마 시대와 현대를 가로지르는 시선은 우리 사회를 성찰하게 한다. 법으로 다 관장할 수 없는 인간사의 복잡한 문제가 지금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로마에서도 공동주택이 들어서면서 조망권 분쟁이 일어났고, 화장실에 신생아를 유기하는 사건도 있었다. 로마인들이 떼인 돈 받는 방법 결혼은 골칫거리를 낳는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등 장마다 흥미로운 부제를 달아 풀어냈다.

그가 로마법을 살펴보는 것은 단지 현재 법의 원천을 찾기 위한 과정만은 아니다. 로마법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바뀌지 않는 환경과 존재의 태도를 알아보고, 법을 통해 역사를 인식하기 위해서다.

"로마법 수업은 곧 인간학 수업입니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더욱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투쟁이자 꿈입니다. 거대하고 휘황한 문명은 우리를 저마다의 인격과 이상을 지닌 인간의 지위에서 끌어내려 무수한 소비자이자 무지한 대중의 일원으로 전락시키려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존엄한 인간일 것입니다."(231쪽)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