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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8.08.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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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신앙」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

부활한 예수에게 뚫린 손과 발, 옆구리의 상처를 보여 달라고 하는 토마스 사도의 의심을 중심으로 삼아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죽음, 부활을 진지하게 고찰한 책이 나왔다.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에서 신앙과 불신앙의 관점을 새롭게 제시한 체코 출신 토마시 할리크 신부가 집필한 「상처 입은 신앙」이다. 이 책은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과 신앙의 상처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한다.

책은 의심과 불신으로 통용되는 토마스 사도의 물음을 다른 관점으로 전환해 돌아본다. 부활한 예수에게 상처를 보여 달라고 말하는 용기와 그것을 보고 만지는 것이 신앙의 시작이라고 서술한다. 신이 죽은 밤 속에 의심하고 묻기를 반복하다 고통의 증거인 상처를 어루만질 때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상처 없는 신앙은 환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못 자국들을 볼 수 있는 상처 입은 신앙만을 믿을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다. 십자가의 밤을 지나지 않고 심장이 꿰뚫리지 않는 신앙은 이러한 힘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아울러 "눈이 멀어 본 적 없는 신앙, 어둠을 체험하지 않은 신앙은 보지 못했고 보지 못하는 이들을 결코 도울 수 없다"고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늘 복음 말씀으로 듣고 이해하던 내용과는 다른 관점에 낯섦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예수는 토마스 사도가 상처를 만짐으로써 자신의 신앙을 다시 깨우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며 "사람들이 고통받는 곳에서 나를 만난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토마스의 물음에 대한 근원적인 묵상에 이를 수 있다. 고통과 죽음, 상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처 입은 신앙」을 통해 우리가 깨끗한 예수, 상처입지 않은 예수를 기대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기회를 제공한다.

책은 상처 입은 자들의 문, 간극 없이, 마음의 신비, 성전 휘장이 찢어지다, 춤추는 신, 어린양의 경배, 그리스도의 성혼과 용서 등으로 구성됐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