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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2.19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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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순교복자수녀회 황옥연 수녀, 팔순에 동시집 「고향 마을」 출간

"요즘은 상큼하고 기분 좋은 아침같은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제가 가진 행복함이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팔순이 된 노수녀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오늘 하루도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동시집 「고향 마을」(820쪽/2만5000원/비움)을 펴낸 황옥연(베드로·80) 수녀는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들을 글로 옮겼다. 「고향 마을」에는 899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그의 행복의 원천은 사랑으로 풍족했던 어린 시절에서 나왔다.

황 수녀는 "10남매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에는 식구가 많았어도 싸움 한번 하지 않았다"면서 "게다가 꽃을 좋아하셨던 아버지는 큰 마당 가운데 동산을 만들어 이것저것 심었고, 봄이면 꽃이 만개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황 수녀는 "사랑으로 우리를 보듬어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 아름다운 고향 풍경들이 빠르게 잊히는 게 야속해 글로 담아냈다"고 덧붙였다.

황 수녀는 19세에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입회했고, 60여 년을 수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에게 시는 기도였고, 기도가 곧 시였다.

황 수녀는 "수녀원에 갓 입회하고 나서 동시 꽃수레로 수녀원 안에서 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수녀원 행사 때마다 제가 쓴 글이 소개되고 책도 내게 됐다"고 말했다.

황 수녀는 "새벽 3시에 눈을 떠 기도하러 밖으로 나가면 반짝이는 샛별과 만나고, 밤이면 그믐달, 초승달을 보며 하루를 마감한다"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덧붙였다.

황 수녀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마태 18,3-4)다.

하늘나라로 가는 방법은 어려운 곳에 있지 않다. 성경 말씀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살아간다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황 수녀가 쓴 899편의 시를 통해 행복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황 수녀는 "지금 나의 행복을 비유하자면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있는 싸리울에 배부른 참새와 같다"면서 "따뜻한 햇볕이 있고, 시원한 바람이 있고, 배를 채울 곡식이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제 시에는 바쁜 일상 때문에 놓치고 있었던 작은 행복의 순간들이 담겨있습니다. 싱겁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복잡한 것을 잊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