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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

성인명, 축일, 성인구분, 신분, 활동지역, 활동연도, 같은이름 목록
간략설명 한국 최대의 성인과 복자 탄생지
지번주소 서울시 중구 의주로 2가 16-4(서소문 역사공원 내) 
도로주소 서울시 중구 칠패로 5
전화번호 (02)3147-2401 , (02)3147-2402
팩스번호 (02)3147-2406
홈페이지 http://www.yakhyeon.or.kr
관련기관 중림동약현 성당    (02)362-1891
관련주소 서울시 중구 청파로 447-1(중림동)
문화정보 사적 제252호(중림동약현 성당)
성지와 사적지 게시판
제목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서울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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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19 조회수454 추천수0

[아버지의 집, 아름다운 성당을 찾아서] (30) 서울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도심 속 숨은 진주, 한국 천주교회 어머니 성당

 

 

서울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은 한국 성당의 어머니요 머리이다. 로마네스크 풍의 이 성당은 언덕배기에 세워져 있지만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고즈넉한 성당이다.

 

 

사적 제252호

 

수줍게 설핏 찾아온 가을이 금세 떠나려 한다. 낙엽의 고독 속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은 존재의 무상(無常)을 찾는 시간이다. 무심히 떠나는 가을을 소박하게 배웅할 도심 속 그림 같은 풍경이 있다. 바로 서울 중림동약현성당이다.

 

중림동약현성당은 서울 한복판 언덕배기에 숨어 있는 고즈넉한 성당이다. 약현(藥峴)은 서울 서대문 밖 만리동에서 충정로로 넘어가는 고개로 약초밭이 있어 유래된 이름이다. 

 

로마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이 그리스도교 신앙의 자유를 얻은 후 지상에서 세워진 첫 성당으로 모든 성당의 어머니요 머리가 되었듯이 중림동약현성당은 우리나라 첫 서양식 교회 건축물로 한국 성당의 어머니요 머리이다. 특히 1801년 신유박해를 시작으로 기해(1839년)ㆍ병인(1866년)박해를 거치면서 순교 성인 44위와 복자 27위를 낳은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를 품고 있는 각별한 성당이다. 명동대성당보다 6년이나 이른 1892년에 지어져 이듬해 봉헌한 이 성당은 한국 건축사적으로도 의의가 커 사적 제252호로 지정돼 있다.

 

중림동약현성당은 총면적 397㎡에 길이 32m, 너비 12m의 장방형 단층 구조로 성당의 기본 공간과 형태를 필요한 만큼만 갖춘 단아한 하느님집이자 하느님 백성의 집이다. 1998년 2월 술 취한 한 행려자의 방화로 지붕과 내부가 소실됐으나 2000년 원설계대로 보수돼 본모습을 되찾았다. 화재 당시 성당 왼편 회랑의 성모 소제대에 위에 있던 성모상은 불길 속에서도 그을리기만 해 현재 성당 옆에 마련된 서소문 순교성지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 건축과 어우러진 색유리화

 

중림동약현성당은 숭례문과 마주하고 있다. 성당 전망대에서 숭례문을 바라볼 수 있다. 벚나무와 등나무 숲 속에 자리한 성당은 가운데 26m의 종탑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 구조를 한 전형적인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성당 안은 두 줄의 돌기둥으로 인해 세 공간으로 나뉘어 있고, 천정은 회칠로 단정하게 마감돼 있다. 제대 뒤와 양측 벽에 난 색유리화 창을 통해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빛이 성스러움을 더해준다.

 

제대 뒤 색유리화는 한국 작가에 의해 성당에 처음으로 설치된 작품이다. 화마를 견딘 후 더욱 영롱한 빛을 내고 있다.

 

 

제대 뒤색유리화는 한국 색유리화의 선구자인 고 이남규(루카) 선생의 첫 작품이다. 한국 작가의 색유리화 작품이 가톨릭교회에서 첫 설치 된 것으로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치명한 김효임(골룸바)ㆍ효주(아녜스) 성녀의 순교를 주제로 하고 있다. 다행히 이 색유리화 작품들은 화마 속에서도 소실되지 않고 오히려 고열로 유리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 더욱 섬세하고 아름다운 빛을 반사하고 있어 그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그래서 미술평론가들은 하나같이 중림동약현성당의 색유리화를 ‘보석의 빛’으로 평한다. 

 

성당 뒤편에는 성 요셉 상이 있다. 본당 수호성인이다. 중림동약현성당 건축으로 한국 교회는 벽돌식 고딕 성당을 짓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갖게 된다. 그 결과 6년 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에게 봉헌된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지을 수 있었다. 명동본당의 공소였던 중림동약현본당이 먼저 성당을 지어 더 아름답고 장엄한 주교좌 본당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래서 사목자들은 중림동약현성당에 대해 성모님의 성당을 짓기 위한 준비와 서소문 성지를 바라보며 품는 보호자의 의미로 마리아의 배필이신 요셉 성인을 닮았다고 평한다. 그러고보니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고 소박하게 은둔하고 있는 모습이 중림동약현성당의 멋스러움인 것 같다.

 

중림동 약현성당은 서소문순교성지를 품고 있다. 성당 내 서소문순교성지기념관에는 이곳에서 순교한 44위 성인과 27위 복자에 대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성당 전망대 옆으로 조성된 ‘순교자의 길’에는 십자가의 길 14처가 있다. 주님의 수난과 한국 순교자들의 용덕을 묵상하며 이 길을 따라내려 가면 서소문순교성지에 설치됐던 옛 순교자 현양탑이 서 있다. 

 

중림동약현성당 마당에는 홀로 조용히 묵상할 수 있는 쉼터들이 군데군데 마련돼 있다. 도심 속에서 자연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터다. 나무들 사이에서 생명의 향기를 맡으며 기도에 취해 무상의 존재를 찾는 자리이다. 이렇게 중림동약현은 성당 안팎 모두 기도의 공간이다. 한국 교회의 어머니 성당에서 어머니 품 같은 고즈넉함 속에서 떠나가는 올해 가을을 만끽하길 권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1월 18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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