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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노(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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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명, 축일, 성인구분, 신분, 활동지역, 활동연도, 같은이름 목록
성인명 루피노 (Rufinus)
축일 7월 30일
성인구분 성인
신분 주교, 순교자
활동지역 아시시(Assisi)
활동연도 +1/3세기?
같은이름 루피누스
성지와 사적지 게시판
제목 주보성인과 나: 루피노(Ruf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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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8-14 조회수23 추천수0

[주보성인과 나] 루피노(Rufinus)

 

 

소년 시절 나이 든 형이 있는 친구들이 저를 ‘형수님’ 하고 부르며 놀리곤 했습니다.

 

저의 주보성인을 소개하자면, 루피노는 옴브리아주 페루자 아시시의 주교좌 성 루피노 두오모 대성당의 주교이십니다. 도시의 수호성인이셨고, 5세기경 이 지방에 활발히 그리스도교를 전파하고 선교를 하셨습니다. 순교 후 코스타노성당에 묻히셨다가 다시 아시시 현 성당으로 옮겨졌고, 성인의 석관에는 엔디미온과 셀레네의 전설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다른 성인에 비해 그분에 대한 기록을 쉽게 보기는 어렵지만 성인에 대한 저의 자부심은, 12세기 프란치스코 성인과 클라라 성녀 두 분이 세례를 받은 성당의 주교이셨다는 교회 역사 기록입니다.

 

저는 가족 친지들이 천주교와 연결이 되어있어 자연스레 성당을 다녔습니다. 친가는 황해도가 고향인데 할아버지 집 바로 옆이 성당이고, 성당 사진을 몇 해 전 얻어 친지들에게 보여드리니 시대별로 그때는 교회 종이 여기 있었다, 유치원이 여기였다, 신부님이 무서웠다 등 많은 추억의 얘기들을 하셨고 항상 마무리 단계로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외조부모님은 서울의 종로성당이 본당이었는데 이번에 교황청에서 공인된 순례길을 다니면서 종로성당이 순례길의 한 곳이라 더욱 감회가 깊었습니다.

 

제 세례명 루피노는 친지들 가운데 베드로, 바오로 성인의 이름이 있어 중복을 피하고, 부르기 쉽고 그 시절에는 생일과 맞추려 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례의 은총에 비해 저는 관련된 준비에 미숙했습니다. 1983년 대부 김원 안드레아께서 설계하신 용산의 이촌동 성당에서 루피노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후 세례의 기쁨은 잠시, 저의 20대 후반은 세례 후 더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일요일 한 번 나가는 미사지만 의무감이 앞섰고, 결혼은 성당에서 해야 한다는 마음에 교리공부를 해야 하는 배우자에게 미안했고, 대인 관계에 가끔 속마음은 달라도 표현을 자제해 답답했습니다. 항상 보이지 않는 은총이 작용한다는 마음은 있었고, 무엇보다도 주변 형제자매님, 신부님이 “루피노” 하고 부르시면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덕분에 유학 생활도 지인들보다는 큰 좌절과 어려움이 적었고, 혼인성사도 했고, 주거지의 변동으로 본당을 몇 번 옮겼지만 지금도 분에 넘치는 평협과 본당 성체분배 봉사를 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한국의 몇 안 되는 루피노를 성인께서 수호해주신 듯합니다.

 

아시시의 수호성인 루피노 주교와의 첫 만남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사회생활 중 35세부터 7년 반을 해외 주재원 생활을 했습니다. 운 좋게 스위스 취리히, 영국 런던에서 근무했습니다. 문제는 그 기간에 수많은 성당과 교회를 보면서도 제 성인이 계셨던 곳을 가지도, 가보려고 하지도 않았으니 참 무심했고, 한참 후 2017년 가을이 돼서야 가 보았습니다. 처음 아시시 도착 후 루피노 대성당 방문 시 감정을 꼭 적어보려고 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아시시에는 성 프란치스코, 클라라,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 3대 대성당이 있지만 주교좌 루피노 성당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성당에 들어가 안을 보니 정말 너무 조용하고 경건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제대 앞쪽으로 가면서 마주친 교황님 같은 모습의 루피노 성인을 보고 놀랐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세례 후 30여 년 만입니다. 정말 아시시를 수호하셨던 분 같았습니다.

 

안을 둘러보고 성당 밖을 보았습니다. 몇 번에 걸쳐 보수를 했지만 매우 단아했고 위치는 아시시의 성당 중 조금 높은 언덕에 있었습니다. 잠시 루피노 대성당이 성인, 성녀 그리고 수도원, 수녀원의 많은 분들께서 자주 다녔고, 세례를 받은 은혜로운 성당이었구나 생각하며 그 모습을 머릿속에 상상해 보았습니다. 일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미사를 드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본지 편집장이 이 글을 쓸 기회를 주셨어도,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성인에 대해 글을 쓸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성인상과 성당 전경은 제가 이른 아침에 찍은 사진입니다.

 

끝으로 저에게 성인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성인의 석관에 조각된 전설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미모가 수려한 소아시아 목동 엔디미온을 여신 셀레네가 좋아하여 제우스 신에게 영생을 부탁했으나 제우스 신은 엔디미온을 영원히 잠들게 하여 라트모스산에 묻었는데 셀레네가 매일 찾아갔다는 전설입니다. 루피노 성인과 어떤 관련이 있어서 이 조각이 새겨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순교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석관의 조각 전설에 따르면 성인이 매우 인간적이고 양들의 훌륭한 목자이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성인도 순교 시, 최초의 순교 성인 스테파노의 마지막 기도,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이 죄를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사도 7,59-60)라는 말씀을 하시고 순교하셨으리라 추측합니다.

 

현재의 저는 루피노 성인과 같은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성인이 목자이실 때 집전하신 수많은 미사를 더 할 수 없이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되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평신도, 2019년 가을(계간 65호), 김형수 루피노(한국평협 대외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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