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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레사 베네딕타(십자가의)(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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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명 데레사 베네딕타(십자가의) (Teresa Benedicta of the Cross)
축일 8월 9일
성인구분 성녀
신분 수녀, 철학자, 순교자
활동지역
활동연도 1891-1942년
같은이름 베네딕다, 베네딕따, 분다, 에디트 슈타인, 에디트슈타인, 테레사, 테레시아
성지와 사적지 게시판
제목 심리학자가 만난 교회의 별들: 고통받는 인류의 역사에 동참한 에디트 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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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3-09 조회수1394 추천수0

[심리학자가 만난 교회의 별들] 고통받는 인류의 역사에 동참한 에디트 슈타인

 

 

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의 속명은 에디트 슈타인(edith stein  1891-1942)이다. 유대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했던 19세기에 태어나 가톨릭 수녀가 되었지만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생을 마치게 된 비극적인 삶만큼, 동시에 그가 이루어낸 학문적 성과는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열한 명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네 명의 형제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일찌감치 그녀의 지적 능력을 알아본 부모의 사랑과 격려 속에 당시 여자로서는 매우 드물게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브레슬라우 대학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배운 후 괴팅겐 대학의 같은 유대인인 에드문트 후설의 제자가 되었을 때만 해도 젊은 에디트는 자신의 미래에는 좋은 것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상상했다. 하지만 “공감에 대하여”란 철저하지만 따뜻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도 유대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수가 되기까지 매우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지식인이라는 허울을 벗고 간호보조원으로 적십자 활동을 하였고, 막스 셸러(max scheler)의 강의에 인도되어 1921년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 자서전을 읽은 후에는 번개 같은 영감을 받아 가톨릭 신자가 된다. 이후 도미니코 수녀회의 배려로 뮌스터 대학에서 어렵게 강의자리를 얻지만 나치 집권 이후 곧 그만두게 된다. 1933년, 가르멜 수녀원에 입회하였으나 1942년, “갑시다. 나는 우리 민족을 위해 갑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체포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훌륭하게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아우슈비츠에서 살해된 후, 1998년 성인 반열에 오른다.

 

에디트 슈타인은 유대인이었으나 가톨릭 신자였고 냉정한 과학적 태도를 견지한 현상학의 철학자였지만 “공감”이라는 감성적 주제에 깊이 천착하였다. 수녀였기에 안전한 장소로 몸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희생자들과 함께 죽음을 택하였다는 점에서 그녀는 “통합과 화해”를 몸으로 실천한 인물이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가스실로 끌려가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아마도 지금의 심리학과 철학은 꽤 많이 달라졌으리라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철학사적 관점에서는 아쉬운 일이다.

 

“공감에 관하여”란 그녀의 논문은 논리적이지만, 감정과 몸이 배제된 이전 철학계의 관념론이나 인식론을 뛰어넘는 덕목을 풍부하게 담고 있어서 분석심리학자인 칼 융의 심리학 이론과 매우 비슷한 부분도 적지 않다. 도미니코회 수사인 빅토르 화이트victor white가 융과 밀접하게 신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철학적 작업을 같이 한 바 있으니, 슈타인과 융이 만났다면 더 풍요로운 철학적 심리학적 성과가 있었을 것도 같다. “욥에 대한 대답(answer to job)”을 인정하지 못한 화이트는 끝내 융과 결별하고 만다.

 

칼 융이 하느님에 대한 자신의 상, 혹은 이미지를 갖고 신을 정의하고 칸트 식의 관념적 방식으로 평가절하했다고 화이트가 평가했기 때문이다. 신과 관련된 단어와 소통방식의 차이일 뿐이지 근본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만약 슈타인이 그 두 사람과 함께 의견을 나누었다면 훌륭한 중재자로서 양측의 이론이 통합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그녀가 강조한 타자의 생각과 상황에 대한 깊은 공감은 고통에 빠진 환자들을 도와주어야 하는 심리학자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덕목이다. 슈타인의 공감론은 아무리 인식론이건, 현상학이건, 과학이건, 육체와 타자에 대한 존중감이 없다면 온전할 수 없다는 핵심적 주제를 언급한다. 어쩌면 여성이자 유대인이라는 소수자로서의 체험이 없었다면 그런 이론 자체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슈타인의 공감은 단순히 억압받는 타자에 대한 동정심이 아니다. 모든 인식은 자신의 몸과 외부에 대해 이해하려는 의도(intentionality)와 의지에서 시작한다. 즉 내가 남들과 다른 독립된 개체이며, 타인에 대한 통찰과 이해가 거꾸로 자아의식(ego-consciousness)의 시작이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을 원하는가’ ‘언제 행복하냐’ 같은 질문부터 던진다. 그러나 자기의 욕망에 대한 탐구만으로는 자아(ego)에 대한 통찰이 생기지 않는다. 타자 혹은 주변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관찰과 반성 없이는 ‘자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변과의 관계는 행복하기보다 좌절, 갈등, 실망감으로 점철되기 때문에, 자아를 찾기 위해 역설적으로 불편한 주변을 돌보고 관계해야 한다는 것이 불쾌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결국 그런 고비를 넘기려는 의지(will) 없이는 자기실현도 불가능한 것이다. 좁은 의미의 자아(ego)가 아니라 주변을 돕고 함께 갈 수 있어야 자기실현(individuation)이고, 그래야 진정한 자기(self)와 만난다는 것이 (융의) 분석심리학의 핵심 개념이다. 슈타인은 이런 태도를 현상학적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다만 융심리학에서 말하는 초월성은 자아의 경계를 벗어난다는 심리학적 용어 차원에 머무르지만,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당하며 고통받는 인류의 역사에 동참한 슈타인은 공감에 대한 철학적 연구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초월적 태도가 과연 무엇인지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훨씬 더 웅숭깊다.

 

- ‘에디트 슈타인’, 버트 게레스 하임, 1990, 쾰른 신학교. 이 청동 동상은 에디트 슈타인이 삶의 진실과 의미를 찾으며 실존을 의심하는 철학자에서 신의 뜻을 따르는 순종자가 되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융은 평화로운 스위스에 살면서 자유롭게 학문을 탐구하고 스위스로 피난온 유명인사들의 심리분석을 통해 일종의 오피니언 리더로 살았지, 전쟁에서 희생되고 있는 인류를 위한 적극적 행동과 실천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융의 학문적 성취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인류의 비극에 생명을 걸어 동참한 슈타인의 차원은 감히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다. 슈타인과 함께 후설의 제자였던 하이데거(heidegger)가 나치당에 합류해 나치즘을 합리화하는 데 일조한 사실과도 대비된다.

 

반대로 슈타인은 젊은 시절, 뛰어난 역량과 상관없이 교수로 임용되지 못했고 세속적으로도 결코 성공하지 못했으며 결국 가스실에 끌려가 비참하게 죽어야 했으니 역사는 참으로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로 가득한 것만 같다. 하지만 인류의 수천 년 역사에서 배척받고 억압받는 이들을 위한 예수님의 고통의 신비에 기꺼이 참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의 기념일인 8월 9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린 “믿음을 증언하는 데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충실성입니다.”라는 트윗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 이나미 - 신경정신과 전문의. 미국 융 연구소와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인권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행복한 부모가 세상을 바꾼다』 『운명에서 희망으로』 『성경으로 배우는 심리학』 『한국에서 심리학자로 살아보니』 등 다수가 있다.

 

* 이 글을 통해 이나미 박사는 평생 인간정신의 근본을 찾으며 종교적 심성을 탐구한 융의 분석심리학을 바탕으로 교회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의 인생과 사상을 살펴보고 그들이 터득한 신앙과 삶의 지혜 속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편집자 주)

 

[생활성서, 2018년 3월호, 이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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