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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로마 순교록”은 11월 10일 목록에서 거룩한 순교자 성 트리폰(Tryphon)과 함께 성 레스피키우스(또는 레스피치오)와 동정 순교자인 성녀 님파(Nympha)의 이름을 전해주었다. 성 트리폰은 프리지아(Phrygia, 오늘날 튀르키예에 속한 고대 소아시아 중서부 지역을 이르는 명칭) 지방 캄프사다 출신으로 거위를 치는 소년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치유자로서, 특별히 동물들의 치유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그래서 농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전구를 청하는 거룩한 치유자 중의 한 명이다. 그는 250년경 데키우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박해 때 니케아(Nicaea, 튀르키예 북서부에 있는 이즈니크[Iznik]의 옛 이름)로 끌려가서 잔인한 방법으로 고문을 받았지만 이교도인 리키우스(Licius) 총독을 회개시킨 후 참수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그의 유해는 캄프사다에 묻혔다가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을 거쳐 로마에 안장되었다. 성 트리폰은 몬테네그로(Montenegro)의 도시인 코토르(Kotor)의 수호성인이자 러시아 모스크바의 수호성인 중 한 명이다. 코토르의 성 트리폰 주교좌성당은 그를 기념해서 봉헌되었고, 그의 머리 유해가 모셔져 있다. 성 트리폰은 해충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려는 농부들의 수호자로서, 동방 정교회에서는 정원사와 포도를 재배하는 이들 그리고 포도주를 만드는 이들의 수호성인으로서 공경을 받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새의 수호자로서 종종 매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성 트리폰과 함께 언급된 성 레스피치오가 누구이고 어떤 일을 하던 사람인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11세기 초에 한 수도승이 전설적 이야기를 기초해 기록한 바에 따르면 그는 성 트리폰의 동료였다. 또 다른 전승에 따르면, 성 트리폰과 성 레스피치오와 함께 동정 순교자인 성녀 님파의 유해가 이탈리아 로마의 사시아(Sassia)에 있는 ‘성령 병원’ 성당에 안장되었다가 1566년 교황 비오 5세(Pius V)에 의해 성 아우구스티노 성당으로 옮겨졌다. 12세기의 한 필사본에 따르면, 성녀 님파는 시칠리아섬 팔레르모(Palermo)의 총독인 아우렐리아누스의 딸로 310년경 팔레르모의 주교인 성 마밀리아노(Mamilianus)에 의해 개종하고 세례를 받았다. 자신의 딸을 이전으로 되돌리지 못한 총독은 주교와 200여 명의 신자를 지하 감옥에 가두었고, 성녀 님파도 가두었다. 전설적 이야기에 따르면 성녀 님파와 성 마밀리아노 주교는 천사의 도움으로 바다를 건너 토스카나(Toscana) 지방의 기글리오(Giglio) 섬으로 가서 은수자로 살다가 굶주림으로 생을 마쳤다고 한다. 중세의 대표적 성인전인 복자 야고보 데 보라지네(Jacobus de Voragine, 7월 13일)의 “황금 전설”(Legenda Aurea)은 팔레르모 출신인 성녀 님파가 자신의 주교인 성 마밀리아노의 성실한 동료로서 유배지에서 주교의 위안이 되었고 함께 숨을 거두었다고 전해주었다. 성녀 님파는 이미 17세기 이전에 팔레르모를 네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의 수호자로 정한 네 명의 수호성인 중 한 명으로 공경을 받아왔다. 팔레르모의 네 수호성인은 성녀 로살리아(Rosalia, 9월 4일), 성녀 크리스티나(Christina, 7월 24일), 성녀 아가타(Agatha, 2월 5일), 성녀 님파이다. 옛 “로마 순교록”은 11월 10일 목록에서 성 트리폰과 함께 특별한 연관이 없는 성 레스피치오와 성녀 님파를 함께 기념했지만,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성 트리폰의 축일을 동방 정교회와 같은 2월 1일로 옮겨 프리지아 지방에서 성 트리폰 순교자를 기념한다고 간단히 언급하였다. 그리고 성 레스피치오와 성녀 님파는 목록에서 삭제하고 더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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