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음악자료실

제목 '주의 기도'를 노래하는 법
작성자김종헌 쪽지 캡슐 작성일1999-06-19 조회수5,138 추천수4

'주의 기도'를 노래하는 법

 

'주의 기도'가 미사에 처음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4세기 말엽이었다.  빵, 용서, 그리고 상호간의 평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바치는 이 기도는 영성체를 준비하는 이상적인 기도였으며, 보통 "빵 나눔" 의식 직후에 이 기도를 바쳤다. 그러나 성 아우구스틴 (354-430)의 영향을 받은 교황 대 그레고리오 (590-604)께서는 이 주의 기도를 성찬기도에 밀접히 연결된 것으로 생각하였기에   '빵 나눔" 의식이전으로 그 자리를 옮겼다.  동방 교회에서는 모든 신자들에 의해 이 기도가 노래로 불리어졌는데 반해 서방 교회에서는 이 기도를 사제만 드릴 수 있도록 했으며 신자들은 각 청원 끝에 혹은 로마 전례에서와 같이 이 기도의 끝에 바치는 아멘을 바치도록 하였다.

 

관습적으로 주의 기도의 마지막에는 주님께 완전한 평화를 청하는 확대된 기도가 뒤따랐다.  부속기도 (Embolism;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한 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라고 알려진 이 추가된 청원 역시 주의 기도가 미사 때에 처음으로 도입된 4세기 말엽이라고 추정된다. 로마 전례서의 부속기도는 성모님과 로마에서 특별히 공경하던 성인들을 불러 기도하였다.

 

비쟌틴 전례는 전통적으로 이 주의 기도를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는 환호송으로 끝마쳤는데 이 영광송은 외형적으로 볼 때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라는 기도보다는 더 적극적인 고백으로 주의 기도를 끝내려는 데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환호송의 증거는 상당히 오래되고 확실한 것으로 몇 군데의 성서적인 사본에서 발견된다.

 

 

 

현재 우리가 미사 때에 사용하는 주의 기도는 동방교회의 전통을 따르면서 이 기도를 모든 회중이 노래로 하거나 낭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 후  주의 기도에 뒤따르는 부속 기도는 상당히 축소되었지만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라는 구절을 추가함으로써 더욱 풍요로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지금 우리가 거행하는 로마 전례의 미사통상문에 소개된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는 환호송으로 가기 전의 교량 역할을 한다.

 

 

 주의 기도로 죄의 용서를 청함으로써 거룩한 것을 실제로 거룩한 사람들에게 제공되게 하는 것이다. 사제는 먼저 기도하자고 권고하고, 모든 신자들은 사제와 함께 주의 기도를 바친다. 계속해서 사제는 부속기도 (Embolism)를 바치고 교우들은 영광송으로 끝맺는다.  부속기도는 주의 기도 마지막 청원을 발전시켜 온 공동체를 악의 권세에서 구해달라고 청하는 것이다.  권고, 주의 기도, 부속기도, 영광송 등은 모두 노래로 하든지 큰 소리로 외운다. (로마 미사경본의 총지침 56a)

 

그러나 주의 기도는 전례 음악적으로 볼 때 꼭 노래로 불러야 하는 부분인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냥 큰 소리로 모든 신자들이 같이 외웠으면 좋겠다. 축축 늘어진 노래로 그렇게 오랫동안 장엄하게 노래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부분은 영성체 예식의 시작부분으로서 신자들로 하여금 죄의 용서를 청하고 성체를 영할 준비를 시키는  것이 이 기도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만일 주의 기도를 노래로 하기를 원한다면 첫 번째로는 사제와 신자들이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쉬운 곡이어야 한다는 것과 아울러 여러 글에서 본인이 주장한 대로 전례기도문을 노래로 할 때 그 속도는 말하는 속도와 같아야 바람직하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본다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노래하는 빠르기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가톨릭 성가집에 있는 네 곡의 주의 기도(318, 323, 387, 388)를 생각해 보자. 말하는 속도로 노래하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기본 음표를 현대악보로 음악가들이 고쳐 적을 때에 8분 음표을 이용한다. 이럴 경우 이문근 신부 작곡(318, 323)의 주의 기도가 가장 전례음악답다고 느껴진다.  다른 두 곡, 특히 최병철의 곡 (388)은 수준있는 합창단이 연주곡으로 사용하면 좋을 듯하고, 이종철 신부의 곡 (387)은 2/4의 기분으로 노래 부른다면 모든 신자들이 쉽게 노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사 때에 사용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러나 끝 부분에 있는 가사의 변형 "악에서 저희 구하소서"는 좀 더 연구해 보아야 할 부분이지만,  미국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의 문헌인 "Music in Catholic Worship" 67항의 가르침은 "전통적인 기도문을 유지하라" 는 것이다.

 

다음과 같이  성가담당자들에게 권해본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악에서"의 한 소절을 "악"으로 이어가고 "저희"라는 말 위에 "에서"를 넣으면 선율상으로나 전례문의 원형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무리가 전혀 없는 것 같다.  딴 분들의 생각은 어떠한지? 단 목에 힘을 주고 질질끌게 노래부르게 되면 "악"이라는 말이 "아아악"이 되는 점에 주의하여 무리없이 그리고 전체를 조금 빨리 부르면 될 것 같다.

 

위의 '주의 기도' 빠르기와 관련해서 성가의 빠르기에 대해 한 마디만 언급하고 싶다. 어떤 사람은 악보에는 4/4로 되어 있는데 왜 빠르게 혹은 2/4를 노래하는 기분으로 노래하라고 하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4/4에는 빠르기 120정도의 행진곡도 있다. 따라서 가사와 전례 행위의 중요성 그리고 전례의 흐름을 생각할 때 빨리 부른다고 해서 음악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  Waltz의 경우는 3박자의 노래이지만 (한 소절 전체를) 1박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을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아마츄어 음악인들이 가장 잘 틀리는 박자로는 복합박자 (Compound Meter)가 있다. 6/4, 6/8, 9/4, 9/8. 12/4. 12/8 등이 그것들이다. 예를 들어, 244 성모의 성월, 245 맑은 하늘 오월은, 59 주께선 나의 피난처 같은 노래는 느린 6박으로 노래해서는 안 된다.  한 소절을 두 박으로 나누어 노래해야만 한다.

 

부속기도가 끝 난 후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는 찬미의 이 말은 특별히 주의 기도를 노래했을 경우 모든 신자들에 의해 적절하게 노래로 불리어져야 한다.  이 때 성가대는 이 환호성을 화음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 (Music in Catholic Worship, 59항)

 

이제 마지막으로 주의 기도로 초대하는 사제의 권고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제가 보는 미사 경본의 서문에는 축제의 성격과 공동체의 환경에 적응시켜 만든 초대의 말이나 설명 혹은 권고는 백성들로 하여금 거룩한 행위를 더욱 심오하게 이해하도록 해 주는 동시에 전례 참여의 올바른 정신으로 백성을 인도해 준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로마 미사경본의 총 지침은 사제들에게 미사 때의 이러한 권고를 자신이 준비하고 사용하도록 그 권한을 위임해 주고 있다.  어떤 전례 행위에는 이미 미사통상문이 마련해 준 것들도 있지만 사제들은 미사 예식의 부분, 예를 들면 주의 기도 직전, 에 권고할 수 있다. 이 짧은 권고들은 그 본성상 미사경본에 나오는 형식을 모든 사제가 똑 같이 사용할 의무는 없다.  공동체 환경의 여러 가지 경우를 생각하여 여러 가지 권고를 만들어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권고의 성격을 가져야 하며 이를 강론이나 설교에 삽입하지 말아야 한다. 또 이런 권고는 장황해서는 안 되고 짧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자들은 지루하게 느끼게 된다.

 

이제 미사 때에 하는 사제들의 주의 기도 권고는 좀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어느 미사에서건 상관없이 미사 경본에 있는 대로 천편일률적으로 "... 삼가 아뢰오니" 혹은 "... 정성 들여 바칩시다"하는 권고에서 탈피하여 그날 축일의 성격, 공동체의 성격에 맞는 권고로써 신자들의 마음에  찡하니 닿을 수 있는 권고를 해 보자. 또 사제가 신자들과 함께 주의 기도를 노래로 하고자 할 적에는 "... 정성 들여 노래합시다" 등으로 바꾸어야 신자들이 기도문을 낭독하는 실수를 줄일 수도 있고, 노래하는 권고로 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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