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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6번 찬미 노래 부르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02-07 조회수4,763 추천수0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5) 6번 찬미 노래 부르며


마침 성가로 많이 불리는 성가

 

 

“찬미 노래 부르며 주 대전 떠납니다”라는 6번 ‘찬미 노래 부르며’ 가사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사제의 파견에 대한 응답으로 적합하기에, 흔히 미사 마침 성가로 가장 많이 불리는 성가 중 하나다. 실제로 이 성가의 기원을 살펴보면 하루를 향해 세상에 파견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성가 작곡자인 로웰 메이슨(Lowell Mason, 1792~1872)은 「가톨릭 성가」 151번 ‘주여 임하소서’를 작곡한 사람이기도 하다. 오늘날 미국 찬송가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하는 그는 사실 전문적인 음악학교를 나오지 못하고 그저 생계를 위해 은행에서 일하면서 부업으로 틈틈이 곡을 쓰던 아마추어 작곡가였다. 그러던 중 보스턴에 있던 ‘헨델과 하이든협회’라는 음악 단체에서 그의 곡을 출판해 줬고, 이것이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이후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그가 1824년 만든 이 성가 선율의 타이틀은 ‘안식일’이다.

 

한편 이 성가 선율에 맞춰 가장 많이 부르는 원어 가사는 존 뉴튼(John Newton, 1725~1807)이 지은 ‘지난 이레 동안에’(Safely Through Another Week)이다. 뉴튼은 영국 성공회 성직자이자 찬미가 작사가로서 우리 「가톨릭 성가」 458번 ‘주의 말씀 듣고’의 원어 가사가 되는 찬미가를 쓴 사람이면서 동시에 유명한 ‘Amazing Grace’의 가사를 쓴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깊은 신심을 지닌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으나, 그가 7살 되던 해에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이내 새어머니를 맞았으나 적응하지 못한 채 10살에 선원이 되어 아버지와 함께 항해를 떠나게 된다.

 

그는 주로 서아프리카 노예선에서 일했는데, 이 당시 아프리카 흑인들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던 때였다. 이렇게 흑인들을 짐승처럼 취급하며 일하던 중 그가 탄 배가 거센 폭풍우를 만나게 된다. 침몰과 죽음의 위기에 처한 그는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외치며 기도했고, 그 기도 덕분인지 다행히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내 선원 생활을 그만둔 그는 성경과 신학을 공부해 목사가 되어 호소력 있는 설교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는 83세로 죽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기억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두 가지만은 분명히 기억합니다. 하나는 내가 대단히 큰 죄인이라는 것과 그리스도께서는 위대한 구원자시라는 것입니다.”

 

이 가사는 1774년 만들어졌으며, 그의 동료였던 윌리엄 카우퍼와 함께 1779년에 출판한 「올니 찬미가집」(Olney Hymns)에 수록되어 있다. 이 찬미가집은 당시 주로 시편을 성가 가사로 하던 분위기 속에서 시편이 아닌 새로 작곡된 복음 찬미가들을 수록했던 모음집이라는 데에서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책이다. 

 

원어 가사가 “또 다른 한 주를 안전하게 지내온 우리들, 하느님께서 우리의 길을 인도하여 주셨네…”로 시작하는 이 성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 숨겨진 하느님 은혜의 손길을 노래하고 있다. 국문학을 전공한 손복희 수녀가 비슷한 의미를 지닌 가사로 꾸며 놓았다. 이 성가는 하루 혹은 한 주를 주님께 봉헌하면서 이 순간까지 인도해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을 향해 또다시 파견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아침 기도나 새벽 미사에 가장 적절한 성가라고 할 수 있겠다.

 

[평화신문, 2016년 2월 7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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