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게시판

제목 양진기 형제님께
작성자김종헌 쪽지 캡슐 작성일1999-07-01 조회수2,011 추천수5 반대(0) 신고

양진기 형제께,

 

두 번이나 글을 받고서야 답을 드립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우선 한국 교회음악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더구나 성가대 봉사까지 하시는 형제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척박한 한국 교회에서 성가활동을 하시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헤아려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제가 청소년 게시판과 청년 게시판에 올린 "미사 중 여러분의 성가는?"이란 기사는 자료를 얻고 싶어서 질문을 드렸던 것이고, 청년성가집 출판은 교회 가르침에 근거해서 저의 의견을 말씀드린 것이니까 분리하여 생각하고 싶습니다.  

 

1) 위에도 말씀드린바와 같이 제가 청년 성가집에 관한 글을 쓰면서 교회의 가르침은 교회의 가르침이라고 말씀드렸고, 제 의견은 제 의견이라고 말씀드렸거나 문맥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회의 가르침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이를 이해, 해석하고 적응시키는 문제는 결국 각 지방 교회 혹은 전례음악가들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의 가르침과 성음악의 전통을 무시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적응은 올바른 것이 못되겠지요.  두 주 전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 대축일 강론 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이 축일을 직접 세우신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축일을 제대로 경축하기 위해서는 초대 교회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교회는 어떻게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이해하고 신앙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성가는 이런 저런 노래를 이런 저런 방법으로 노래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초대 교회에서부터 지금까지 교회는 어떻게 전례 음악을 이해해 왔으며 전례에서 사용해 왔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연구와 해석 그리고 현 교회에 대한 적응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적응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요.    

 

2) 제가 쓴 글이 많은 분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간 것도 전례음악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론화된 적이 한국 교회에서는 거의 없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많은 분들이 거의 작곡에만 전념하시기 때문입니다.  형제님께서 기대하시는 대로 제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고 교회의 권위있는 결정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교회의 가르침은 있지만 한 개인의 의견에 주교회의까지 동의할 성질의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제 한국주교회의 사무총장 신부님께서 "각 계층별로 제각기 성가집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다음 전례위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더 깊은 논의를 하겠다"라는 답은 받았습니다 (http://www.cbck.or.kr 자유게시판 참조). 그래서 형제님께서 가지시는 죄인의 심정(?)은 옳은 것도 아니고 제가 원하는 바도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전례음악도 음악입니다.  음악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기에 누구라도 그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3) 제가 이 글을 쓰게된 가장 큰 동기는 이런 성가집이 'Catholic 청년 성가'란 이름으로 12월 말에 출판된다는 데 있었습니다. 창작집 혹은 비슷한 이름으로 출판되는 것은 제가 문제제기를 할 성질도 아니고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계속해서 교회 안에서 창작은 얼마든지 이루어져야 하고 교회가 장려해야 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은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 역시 귀국해서는 재능있는 분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어떤 모양으로든지 뒷바라지 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런 인재양성과 창작활동의 지원은 성가집 출판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Catholic 청년성가'라는 이름으로 성가집이 출판되는데 문제점이 있는 겁니다. 실지로 교회에서는 전례에서 사용하는 음악은 한 곡 한 곡 교회의 허가를 맡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허가는 신자들의 영적인 이익을 위해 규정된 것이지만 한국 교회 여건상 이점에 전혀 손을 못쓰고 있습니다). 더구나 책으로 출판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우리 나라의 경우 전국적으로 성가집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교회의의 허락이 필요하고 주교회의 출판부에서만 이 성가집을 출판합니다.  그러나 어떤 한 교구에서 사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출판하는 것은 주교회의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도록 주교회의에서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만 힘든 모양입니다. 이 때도 물론 출판하려는 곳의 해당 교구 주교님의 허락을 얻어야겠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출판하면 된다는 식입니다. 그래서 주교회의 사무총장님은 걱정하는 마음으로 어떤 한 교구의 성가집 출판은 우리 나라 같이 작은 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파급된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한 교구의 작업 (그것도 서울 대교구)이 전국적으로 영향을 그대로 미친다는 겁니다.  좋은 것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 저와 같이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4) 곧 문제점(II)가 나갈 겁니다. 청년성가집에는 기존 성가집의 곡은 한 곡도 없다는 것은 지난번에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새로 만들어지는 성가집에 다양한 많은 곡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가 살펴본 것으로는 봉헌, 영성체 곡은 서너 곡 뿐, 사순절, 부활시기, 대림절 그리고 성탄 시기에 사용할 수 있는 곡도 아주 드물거나 거의 없습니다. 입당, 봉헌, 영성체, 퇴장 노래 중 거의 대부분이 입당 혹은 퇴장(?)에나 겨우 사용할 수 있는 음악뿐입니다 (창미사곡 제외). 제가 보기에는 미사의 각 부분에 필요한 성가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 책의 내용물만 보고 저보고 제목을 붙이라면 "청년 미사를 위한 입당노래와 창미사곡 모음집"이라고 붙이겠습니다. 이건 미사를 위한 음악이 아니죠?  미사가 입당 뿐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여론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누구라도 지적하지 않으면 성가집은 그대로 출판되고 그리고 나면 이런 여러 가지 잘못된 폐혜는 누구에게 돌아가겠습니까?  막상 성가집이 공식적으로 출판이 되면 미사를 위해 선택될 곡은 성가집으로 한정됩니다.  양형제께서는 필요한 곡은 어떻게든 각 본당마다 찾아서 사용하는 것 같아서 안심하시는 듯 이야기하시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성가대의 특송을 위해서 사용할 곡을 저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신자들의 문제입니다. 신자들은 성가책 한 권으로도 가능할 수도 있는데 왜 낱 곡으로 자꾸 보급시켜 번거롭게 만드는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위와 비슷하게 형제께서는 1,000곡 중 1곡만이라도 모든 공동체가 인정하는 성가다운 성가가 만들어진다면 가치있는 일이 아닌가 하고 말씀하셨는데 (뜻은 이해하겠지만) 저는 생각을 달리합니다.  만약 형제님의 자녀가 아플 때, 좋다는 약이라고 이 약 저 약 먹여보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약사들이 조제해 주는 약도 효과가 없을 때가 많은 데 말입니다.  그 좋은 1곡을 고르기 위해 한국 교회의 많은 젊은이가 실험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한 곡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교회의 명을 받고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고 이것을 건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교회의 산하 성가집 편찬위원회).

 

 

몇 분의 반박 글을 통해 사제의 오만 혹은 클래식 음악을 했기에 대중 가요를 무시하는 음악가의 오만에서 나오는 소리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만 제 자신은 그런 위치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오랫동안 주교님의 명으로, 더구나 교회의 돈으로 전례음악 만을 공부한 저로서는 많은 문제점들을 알고서도 침묵하는 것이 한국 교회의 음악을 위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나섰을 뿐입니다. 제가 침묵하기를 원하십니까? 어떻게 되든 상관말고 있어야 합니까?   제 개인에 대한 일은 침묵할 수 있겠지만 이 일은?  아이가 없는 저에겐 사제직 다음으로 교회음악이 가장 귀하고 사랑스러운 것인데요...

 

형제님의 생각에 일일이 답변을 제대로 잘 드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왕 시작한 일이라 몇 번에 걸쳐 게시판에 글을 올릴 생각이니 관심있게 보아주십시오. 그리고  한국 교회음악의 발전을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어보고 마음을 모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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