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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4: 큰 등장인물인 제자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11-14 조회수3,800 추천수1

[마르코 복음서 다시 읽기] (4) 큰 등장인물인 제자들

 

 

등장인물

 

복음서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분류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 하나가 큰 등장인물(major characters)과 작은 등장인물(minor characters)로 나누는 것이다. 큰 등장인물에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예수님을 비롯하여, 사건을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인 제자들, 반대자들, 군중이 포함된다. 말하자면, 복음서 이야기의 줄거리는 큰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들은 복음서의 여러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고 사건이 벌어진다.

 

큰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대상은 제자들이다.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에서 제자들은 등장인물로서 어떤 특성을 지니는가? 그들은 어떻게 묘사되며, 전체 줄거리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인물 묘사

 

이야기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각기 특성을 지니고 특정한 역할을 한다. 복음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storyteller)은 다양한 방법으로 인물 묘사(characterization)를 한다. 마르코 복음서의 저자인 이야기꾼은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아니다. 그는 이야기 바깥에서 3인칭 시점(視點, point of view)을 가진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와 모든 사건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다양한 특성과 생각과 감정까지 다 알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복음서의 이야기꾼은 전지적(全知的, omniscient)이다. 그는 복음서 이야기를 읽는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독자는 그를 신뢰한다.

 

이야기꾼이 인물 묘사를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문학 장치(literary devices) 중 대표가 ‘말하기(telling)’와 ‘보여 주기(showing)’다. 말하기는 등장인물에 대한 직접 소개(direct presentation)다. 이야기꾼은 등장인물을 직접 설명한다. 즉 등장인물의 특성, 성향, 동기 등을 직접 소개한다. 그리고 이야기꾼은 등장인물을 직접 평가하기도 한다.

 

보여 주기는 등장인물에 대한 간접 소개(indirect presentation)다. 이야기꾼은 등장인물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하고, 등장인물이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야기꾼은 등장인물의 독백이나 내적 관점을 통해 그의 내밀한 생각이나 감정을 보여 주기도 한다.

 

 

등장인물과 독자의 반응

 

복음서 이야기를 읽는 독자(reader)는 본문(text)을 통해 저자(author)와 만난다. 즉 마르코 복음서를 통해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이루어진다. 저자는 자기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인 이야기꾼은 다양한 등장인물과 그들에 대한 인물 묘사를 통해 이야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즉 이야기꾼은 자기 이야기를 통해 등장인물에 대한 독자의 이해에 영향을 주려 한다. 이야기꾼은 등장인물에 대한 독자의 반응(reaction)에 영향을 주려 한다.

 

복음서의 독자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만나는 여러 등장인물에 대해 여러 반응을 나타낸다. 독자의 반응에는 긍정과 부정이 있다. 첫 번째 긍정적 반응은 ‘공감(共感, sympathy)’이다. 이 반응은 독자가 어떤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긍정적 관계를 가리킨다. 두 번째 긍정적 반응은 ‘하나 되기(empathy)’다. 이 반응은 공감보다 더 강한 긍정적 관계로, 독자는 등장인물 안에서 자신과 공통점을 발견하고 하나가 되는 동일화(同一化, identification)의 단계에 다다른다. 한편 독자의 부정적 반응은 ‘반감(反感, antipathy)’이다. 이것은 독자가 등장인물을 거부하는 부정적 관계이다.

 

 

마르코 복음서의 제자들

 

지난 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마르코 복음서의 첫 번째 주제는 ‘예수님은 누구이신가?’이다. 그렇다면 마르코 복음서의 두 번째 주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예수님을 어떻게 뒤따를 것인가?’이다. 다시 말해 ‘예수님의 정체’와 ‘예수님을 뒤따르기’가 마르코 복음서의 두 주제다. 이야기꾼은 복음서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를 통해 두 주제를 다룬다.

 

두 번째 주제와 관련하여 복음사가는 이야기 안에서 어떤 등장인물이 예수님을 뒤따랐는지, 또 어떻게 뒤따랐는지를 말하고자 한다. 동시에 어떤 등장인물이 예수님을 뒤따르지 않았는지 말하고자 한다. 결국 저자인 이야기꾼은 ‘예수님을 뒤따르기’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등장인물의 모습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래서 이야기꾼은 독자인 우리가 복음서의 등장인물에 대해 나타내는 반응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

 

우리가 복음서의 다양한 등장인물 중에 먼저 제자들을 살펴보려는 이유도 그것이 마르코 복음서의 큰 주제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복음서의 등장인물 중에 ‘예수님을 뒤따르기’를 가장 먼저 실천했던 이들이 바로 제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먼저 읽을 본문은 1,16-20이다. 즉 예수님께서 첫 제자를 부르신 본문이다. 이 본문을 읽기에 앞서 복음서 본문 읽기의 기본 태도와 방법을 살펴보려 한다.

 

[성서와 함께, 2010년 10월호, 송창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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