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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경에서 뱀은 어떤 동물인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3-01-12 조회수3,955 추천수1
[성경 속 궁금증] (61) 성경에서 뱀은 어떤 동물인가

가장 간교한 존재로 하느님의 저주 받아, 신약에선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상징


2013년은 계사년(癸巳年), 12간지 중 여섯 번째 동물인 뱀의 해이다. 고대인들에게 뱀은 영물이었고 죽지 않는 영생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고대에는 뱀을 숭배하는 의식이나 뱀과 관련된 신화가 많다. 이집트 파라오의 왕관에도 뱀이 머리를 치켜든 상징이 새겨졌고, 뱀의 모양은 그림, 조각, 부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다른 동물들은 죽어 시체를 남기지만 겨울 동면에서 깨어난 뱀은 허물을 벗고 거듭 태어나는 영원히 사는 존재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뱀은 풍요와 다산, 불멸의 영원성을 상징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뱀을 악의 화신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다신교 사회에서는 뱀을 신으로 숭배했다. 이집트인들은 뱀의 여신인 '부토'를 파라오를 보호하는 신으로 숭배했고, 가나안 지방의 대표적 신인 '바알'의 상징도 뱀이었다. 뱀은 성경에서 50여 차례나 언급되는데 그 역할도 다양하다. 성경에서 뱀은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을 불신하고 불순명으로 원죄를 범할 때 처음 등장한다. 창세기는 뱀을 가장 간교한 존재라고 소개한다.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창세 3,1).

뱀은 '동산의 모든 나무 열매를 따 먹어도 되지만 선악과만은 금지'하신 하느님 말씀을 교묘히 이용해 아담과 하와를 유혹한다. 하느님 말씀을 어기고 금단의 열매를 따 먹은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을 피해 숨는다. 이 때문에 하느님의 저주를 받은 뱀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어야 하는 가련한 존재가 됐다(창세 3,14-15).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생활에 등장하는 뱀은 무척 인상적이다. '죽음'의 상징이었던 뱀이 역설적으로 '구원'의 수단이 된 것이다. 모세의 지도 아래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의 고통을 겪으면서 하느님과 모세를 거슬러 대들고, 하느님께서는 불평하는 백성들에게 불 뱀을 보내신다.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뱀에 물려 죽자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를 찾아와 하느님의 진노를 거둬주시도록 기도해달라고 간청한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놓게 하셨다. 뱀에 물린 사람들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민수 21,4-9).

신약성경에서는 구리 뱀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 됐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3,14-15).

예수님이 열두 제자를 파견하시며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같이 순박하게 되어라"(마태 10,16)고 당부하신 말씀은 흥미롭다. 물론 신약성경의 이 부분을 제외하면 성경에서 뱀은 일관되게 부정적 의미로 언급되고 있다. 신약성경은 뱀을 죽음의 세력, 하느님에 의해 짓부숴져 사도들 발아래 밟히는 사탄으로 표현한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머지않아 사탄을 짓부수시어 여러분의 발아래 놓으실 것입니다"(로마 16,20).

뱀이 사탄이라고 할 때 사탄은 본래 고발자라는 뜻이다. 따라서 뱀의 역할은 인간 현실에 대한 고발자라고 할 수 있겠다.

[평화신문, 2013년 1월 13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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