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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성경, 문화와 영성5: 의심하는 토마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5-16 조회수5,325 추천수1
파일첨부 카라바조_토마스의_의심.jpg [481]  

성경, 문화와 영성 (5) 의심하는 토마스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라고 말한 토마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은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요한 20,27)고 말씀하신다. 위대한 화가 카라바조는 이 순간을 포착하여 그림으로 형상화한다.


■ 카라바조의 <토마스의 의심>

카라바조의 <토마스의 의심>(The Incredulity of Thomas)은 1603년 캔버스에 그린 유화로 107×146cm이며 독일 포츠담(Potsdam) 상수시(Snassouci) 궁전에 있다.

그림의 배경은 어두운 단색이다. 어둠은 제자들의 의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에 비해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에 빛이 집중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카라바조 그림의 특징인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를 발견한다.

그림의 등장인물은 모두 네 명이다. 그림의 왼쪽에는 예수님이 있고, 다른 세 명은 예수님을 향하여 있다. 예수님은 오른손으로 겉옷을 걷고 왼손으로는 자신의 오른쪽 옆구리의 상처로 토마스의 손을 이끈다. 이 상처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이 로마 군사의 창에 찔려 난 것이다.(요한 19,34) 이 그림에는 예수님 손의 상처도 묘사되어 있다. 요한 복음서에 따르면, 토마스는 예수님 손의 못 자국도 직접 보려 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저 멀리 계시는 분이 아니라 상처를 가지고 우리 가까이에 계신 분이시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던 토마스는 오른손 검지를 그분의 옆구리 상처에 넣고 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예수님의 상처를 살펴본다. 그는 경험적 지식만이 진리의 유일한 기준으로 여긴다. 토마스의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하고 눈썹은 올라가 있으며 옷의 왼쪽 어깨 부분은 터져 있다.

토마스와 함께 다른 두 제자들의 시선도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에로 향해 있다. 이 두 제자는 베드로와 요한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머리와 주름 있는 이마의 제자들은 추상적이고 위엄있는 모습이 아니라 사실적이고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다. 토마스와 두 제자들의 남루한 옷차림을 통해 카라바조는 예수님의 죽음 이후 그들이 겪었던 절망과 정신적 황폐함의 순간을 표현하려 했다.


■ 예수님과 토마스

카라바조가 그린 부활하신 예수님과 토마스의 만남은 요한 20,24-29의 본문에서 묘사된다.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서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는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에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들에게,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었는데 토마스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라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서 토마스에게 이르셨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토마스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그러자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토마스 사도는 공관 복음서보다는 요한 복음서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자로가 죽은 후 예수님이 “이제 라자로에게 가자.”고 말씀하시자 토마스는 동료 제자들에게 “우리도 스승님과 함께 죽으러 갑시다.”(요한 11,16)라고 말한다. 또 다른 구절에서 토마스는 제자들의 몰이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요한 14,5) 이에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 14,6)고 대답하신다. 그리고 토마스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티베리아스 호숫가에 다시 나타나셨을 때 함께 있었던 일곱 제자 중의 하나이다.(요한 21,2)

이후 토마스는 영지주의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그는 외경인 “토마스 복음”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이 복음은 기원후 1세기 중반에서 3세기 초반까지 다양하게 연대 추정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토마스 복음”이 현재의 형태를 가진 것이 125년경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물론 사본들 중에서 그리스어 사본은 더 이른 시기의 형태를 보존한다. “토마스 복음”의 완전한 형태는 3세기 혹은 4세기의 콥트어 번역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토마스는 또 다른 외경인 “토마스 행전”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문헌이 토마스 사도의 작품이라는 그 어떤 확실한 역사적 증거는 없다. “토마스 행전”의 전설에 따르면, 토마스는 인도에 복음을 전하였고, 그곳에서 순교하였다. 그 후 토마스의 시신은 에데사(Edessa)로 옮겨져 안장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교회사가 에우세비우스(Eusebius)에 따르면, 토마스 사도는 파르티아에서 복음을 전했다고 한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묵상

교황 프란치스코는 2013년 7월 3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의 강론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와서 인간의 거리로 가야 한다고 초대하신다. 이 말씀에서 우리는 카라바조의 그림 <토마스의 의심>을 떠올릴 수 있다. “오늘날 배고픔과 목마름에 주린 사람들, 벌거벗고 비참해지고 노예가 된 사람들의 몸에서, 감옥과 병원에서, 예수님의 상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 상처에 손을 대어 부드럽게 어루만질 때, 우리 사이에 살아계신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예수님이 부활하셨을 때 그분은 지극히 아름다우셨어요. 그분의 몸에 피가 흐르지도 않았고, 상처도 없었어요. 아무 것도 없었지요! 그분은 그전보다 더 아름다우셨어요! 오직 그분은 오상만을 지니길 원하셨고, 오상을 하늘로 가져가셨습니다. 예수님의 오상은 여기 있었고, 이제 아버지와 함께 하느님에 있습니다.”(교황 프란치스코, 2013년 10월 3일 아시시)

“우리는 예수의 상처에 손을 대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상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상처를 다정하게 치유해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상처에 문자 그대로 입을 맞춰야 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2014년 3월 23일 삼종 기도)

*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성서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연구소에서 성서학박사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월간빛, 2015년 5월호,
송창현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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