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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속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지혜서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10 조회수5,704 추천수1

[성경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지혜서는? (1)



지혜문학에 속하는 작품은?

욥기, 잠언, 코헬렛, 지혜서, 집회서 등입니다.


지혜서와 솔로몬 임금은 어떤 관계에 있습니까?

지혜서 안에 ‘솔로몬’ 임금 이름은 직접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혜서의 내용을 섬세히 들여다보면 당시 ‘현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던 솔로몬이 많은 곳에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사실 열왕기를 보면 솔로몬 시대에 국제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바람에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등 여러 지역의 지혜문학을 접하게 됩니다(참조: 1열왕 3,1-28; 5,1-14).

지혜서의 그리스말 본래 이름은 ‘솔로몬의 지혜(Sophia Salomon)’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이전에는 흔히 지혜서를 ‘솔로몬의 지혜’라고 불러왔습니다. 지혜서의 저자 또한 솔로몬으로 보아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혜서를 실제로 쓴 이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대도시 알렉산드리아의 유다교 문헌들을 잘 아는 어떤 무명의 작자가 기원전 50년경에 그리스말로 지혜서를 썼다고 봅니다. 제2경전에 속하는 지혜서는 구약성서 가운데 가장 늦게 저술된 작품으로 간주됩니다.


지혜서는 읽기가 어려운지요?

예, 좀 그렇습니다. 이야기 식으로 되어있는 룻기,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 등은 처음부터 읽어가다 보면 흥미도 붙고 내용의 줄거리가 저절로 간추려집니다. 그에 반해 지혜서는 내용 줄거리를 간추릴 수도 없을 뿐 더러 무슨 책인지 소개하기도 퍽 어렵습니다.


지혜문학 작품이 다 읽기 까다롭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잠언과 집회서는 일종의 격언들을 모아놓은 성서이므로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고 중간 어느 부분을 따로 떼어 읽거나 앞뒤 순서 없이 읽더라도 별 무리 없이 이해됩니다.

잠언을 예로 들어봅니다. “스스로 지혜롭다 여기지 말고 주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여라. 그것이 네 몸에 약이 되고 네 뼈에 활력소가 되리라.”(3,7-8) 집회서의 한 구절을 봅니다. “말다툼을 그만두어라. 죄를 덜 짓게 되리라. 화 잘 내는 인간이 말다툼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 죄지은 사람은 친구들을 불안하게 하고 서로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 사이에 불목을 일으킨다.”(집회 28,8-9) 여기서 보듯이 잠언이나 집회서의 한 두 구절은 따로 떼어놓아도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지혜서가 읽기 어려운 이유는?

지혜서는 ‘지혜<그리스말로 sophia / 히브리말로 hoqma>’가 무엇인지에 대한 신학적인 설명입니다. 지혜서는 문학적이면서도 깊은 신학이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혜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신학이론을 손쉽게 요약할 수도 또 쉽사리 설명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지혜서는 여러 시대에 여러 지역에서 통용되던 갖가지 격언이나 짧은 설교들을 모아 책으로 엮은 잠언과 집회서와는 아주 다릅니다.


지혜서 저자는 무엇을 강조합니까?

그가 강조하는 바는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며 악인들의 삶은 헛되다는 사실입니다. “악인들은 행실과 말로 죽음을 불러내고 죽음을 친구로 여겨 그것을 열망하며 죽음과 계약을 맺는다. 그들은 죽음에 속한 자들이 되어 마땅하다.”(1,16)

아울러 저자는 한 번 제기한 주제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가운데 각인시킵니다. 죽음의 주제를 예로 들어봅니다. “[악인들의 삶과 생각] 악인들은 행실과 말로 죽음을 불러내고 죽음을 친구로 여겨 그것을 열망하며 죽음과 계약을 맺는다. 그들은 죽음에 속한 자들이 되어 마땅하다.”(2,20)

“그러나 악마의 시기로 세상에 죽음이 들어와 죽음에 속한 자들은 그것을 맛보게 된다.”(2,24)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3,2-3)

특히 좀 길게 이어지는 다음 단락에서 의인의 때 이른 죽음과 악인들이 누리는 부귀영화를 두고 저자가 신학적으로 깊이 숙고하고 있습니다.

“의인은 때 이르게 죽더라도 안식을 얻는다. 영예로운 나이는 장수로 결정되지 않고 살아온 햇수로 셈해지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예지가 곧 백발이고 티 없는 삶이 곧 원숙한 노년이다. 하느님 마음에 들어 그분께 사랑받던 그는 죄인들과 살다가 자리가 옮겨졌다. 악이 그의 이성을 변질시키거나 거짓이 그의 영혼을 기만하지 못하도록 들어 올려진 것이다. 악의 마력은 좋은 것들을 무색하게 만들고 솟구치는 욕망은 순수한 정신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도 깨닫지 못하고 그 일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4,7-14)


때때로 일어나는 ‘의인의 요절’ 앞에서 고심하는 신앙인들에게 저자가 주는 답은?

지혜서 저자는 수많은 이들이 제기해왔음직한 ‘의인의 때 이른 죽음’에 대한 의문을 나름대로 분명하게 풀어준다고 봅니다. 먼저 저자는 확신합니다. 첫 구절에서 보듯이 “의인은 때 이르게 죽더라도 안식을 얻는다.”(4,7) 의인이 비록 세상에서는 죽었지만 그는 안식을 누리고 있다는 확신! 우리 인간의 눈에는 한없이 슬프고 가슴 아픈 ‘뜻하지 않은 죽음’ 앞에서 여지없이 흔들리는 평범한 신앙인들의 모습을 수없이 체험한 지혜서 저자가 주는 답은 세상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확신입니다.

그래서 그가 이 세상에서는 틀림없이 죽었지만 영원히 주님 곁에서 살아있다는 확신을 신학적으로 요약해줍니다. “짧은 생애 동안 완성에 다다른 그는 오랜 세월을 채운 셈이다. 주님께서는 그 영혼이 마음에 들어 그를 악의 한가운데에서 서둘러 데려가셨다.”(4,13-14ㄱ)

저자는 자신의 확고한 믿음으로, 세상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고 가르쳐줍니다. 오히려 장수는 이제 더 이상 몇 해를 살았는지 그 햇수에 좌우되지 않으며 오히려 어떻게 살았는가가 문제라는 내적 확신을 피력합니다.

“영예로운 나이는 장수로 결정되지 않고 살아온 햇수로 셈해지지 않는다. 사람에게는 예지가 곧 백발이고 티 없는 삶이 곧 원숙한 노년이다.”(4,8-9)

세상 삶의 가치가 세속적인 잣대에 의해 몇 년을 살았는지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또는 세상에서 무슨 지위나 권력을 차지했는지가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예지가 백발이고 티 없는 삶이 곧 원숙한 노년”이라고 가르칩니다. 예지는 주님을 알아 그분을 경외하며 힘 있는 이들 앞에서가 아니라, 영원하신 분 앞에서 티 없이 사는 삶, 그분으로부터 인정받는 삶을 살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레지오 단원으로서의 우리 삶의 모습은?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8월호,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

 

 

[성경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 지혜서는? (2)



지혜서를 보다 짜임새 있게 읽는 방법이 있을까요?

예, 지혜서는 흔히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읽으면 좋습니다. 첫 번째 부분의(1,1-5,23) 큰 주제는 ‘하느님 손에 달려있는 인간의 운명’입니다. 두 번째 부분의(6,1-11,4) 큰 주제는 ‘지혜 찬가’입니다. 세 번째 부분의(11,5-19,22) 큰 주제는 ‘이집트 탈출과 이스라엘의 운명’입니다.


첫 부분(1,1-5,23)에서?

저자는 하느님께서 의인들을 끝까지 지켜주신다고 확신합니다. 인간의 운명은 영원하신 분 손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세상에서 악인이 장수하며 의인이 단명한다 해도 그들의 운명이 뒤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교훈을 줍니다.


이어서 저자는?

의인들의 운명과 악인들의 운명을 대조하는 가운데 유다인들[오늘 독자들에게]의 믿음을 굳건히 해주려고 애씁니다. 지금 이 세상 곳곳에서 의인들이 겪는 갖가지 시련들은 곧 다가올 내세에서 받게 될 영광을 준비시켜준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무엇을 요구합니까?

그는 유다인들에게 불멸의 정의를 실천하도록 권합니다. “세상의 통치자들아, 정의를 사랑하여라. 선량한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그분을 찾아라… 지혜는 간악한 영혼 안으로 들지 않고 죄에 얽매인 육신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르침을 주는 거룩한 영은 거짓을 피해 가고 미련한 생각을 꺼려 떠나가 버리며 불의가 다가옴을 수치스러워한다… 정의는 죽지 않는다.”(1,1-15) 저자는 여기서 하느님을 찾고 악을 피하라고 가르칩니다.


여기서 악인들은 누구입니까?

그들이 누구인지는 그들끼리 모여 쑥덕거리는 다음 표현에서 잘 드러납니다. “우리의 삶은 짧고 슬프다. 인생이 끝에 다다르면 묘약이 없고 우리가 알기로 저승에서 돌아온 자도 없다… 불꽃이 꺼지면 몸은 재로 돌아가고 영은 가벼운 공기처럼 흩어져 버린다… 자 그러니, 앞에 있는 좋은 것들을 즐기고 젊을 때처럼 이 세상 것들을 실컷 쓰자. 값비싼 포도주와 향료로 한껏 취하고 봄철의 꽃 한 송이도 놓치지 말자. 장미가 시들기 전에 그 봉오리들로 화관을 만들어 쓰자…”(2,1.3.6-8)


그렇다면 악인들은?

물질과 향락에 빠져 윤리 도덕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악인들은 한마디로 물질주의와 향락주의에 빠져 위와 같이 쑥덕거리다가 끝에 가서는 의인들의 거룩한 처지를 보고 참지 못해 결국 그들에게 덫을 놓으며 박해를 일삼는 자들입니다. “가난한 의인을 억누르고 과부라고 보아주지 말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라고 존경할 것 없다. 약한 것은 스스로 쓸모없음을 드러내니 우리 힘이 의로움의 척도가 되게 하자. 의인에게 덫을 놓자. 그자는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자, 우리가 하는 일을 반대하며 율법을 어겨 죄를 지었다고 우리를 나무라고 교육받은 대로 하지 않아 죄를 지었다고 우리를 탓한다.”(2,10-12)


세상 끝에 닥쳐올 악인의 운명은?

저자는 다음에서 악인들의 운명에 대하여 명쾌한 답을 줍니다. “의인을 무시하고 주님을 거역한 악인들은 자기들이 생각한 것에 따라 벌을 받을 것이다. 지혜와 교훈을 업신여기는 자는 불쌍하다. 그들의 희망은 헛되고 노동은 벌이가 되지 않으며 그들의 작업은 결실이 없다. 그 아내들은 어리석고 자식들은 사악하며 후손들은 저주를 받는다.”(3,10-12)


의인의 운명은?

저자는 의인들이 하느님 축복 속에 그분의 보호를 받으며 영원히 살리라고 확신합니다. 그가 묘사하는 의인들이 받을 영광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인들은 영원히 산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보상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그들을 보살피신다. 그러므로 그들은 주님의 손에서 영화로운 왕관을 받고 아름다운 머리띠를 받을 것이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오른손으로 그들을 감싸 주시고 당신의 팔로 그들을 지켜 주실 것이다.”(5,15-16)


지혜서의 두 번째 부분(6,1-11,4)은?

‘지혜 찬가’입니다. 이 지혜 찬가 어느 구절에도 솔로몬 임금 이름이 직접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내용을 자세히 보면 솔로몬이 다른 모든 임금들을 향해 ‘이스라엘의 지혜’에 귀 기울여 그 가르침을 배우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임금들아, 들어라. 그리고 깨달아라. 세상 끝까지 통치하는 자들아, 배워라. 많은 백성을 다스리고 수많은 민족을 자랑하는 자들아, 귀를 기울여라. 너희의 권력은 주님께서 주셨고 통치권은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주셨다.”(6,1-3)


솔로몬은 이방 임금들에게 또 무슨 요구를 합니까?

그들의 오만과 잘못에서 등을 돌려 주님께로 향하라고 권합니다. “그분께서 너희가 하는 일들을 점검하시고 너희의 계획들을 검열하신다. 너희가 그분 나라의 신하들이면서도 올바르게 다스리지 않고 법을 지키지 않으며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6,3ㄴ-4)


이어서 솔로몬은?

세상 권력을 쥐고 선한 백성들을 마구 억누르는 정치가들에게 그분의 준엄한 심판이 들이닥치기 전에 회개하라고 촉구합니다. “그분께서는 지체 없이 무서운 모습으로 너희에게 들이닥치실 것이다. 정녕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은 엄격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미천한 이들은 자비로 용서를 받지만 권력자들은 엄하게 재판을 받을 것이다.”(6,4-6) 아울러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공평하시며 구원을 원하시는 분임을 가르칩니다.

“만물의 주님께서는 누구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으시고 누가 위대하다고 하여 어려워하지도 않으신다. 작거나 크거나 다 그분께서 만드셨고 모두 똑같이 생각해 주신다. 그러나 세력가들은 엄정하게 심리하신다. 그러니 군주들아,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을 듣고 지혜를 배워 탈선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6,7-9)


지혜는?

자신이 천지창조로부터 이집트 탈출에 이르기까지 인류역사의 주인이라고 선포합니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빚어진 조상, 홀로 창조된 그를 지혜가 보호하고 그가 지은 죄에서 구해 주었으며 그에게 만물을 통치할 힘을 주었다. 지혜는 거룩한 예언자를 통하여 그들이 하는 일을 성공으로 이끌었습니다.”(10,1-2; 11,1)


지혜서의 세 번째 부분(11,5-19,22)은?

‘이집트 탈출과 이스라엘의 운명’입니다. 이 부분은 여러 가지 내용이 뒤섞여 있어 읽기가 좀 까다롭습니다. 저자는 탈출기 재앙을 시작으로 이스라엘인들과 이집트인들의 운명을 되풀이하여 비교합니다.


지혜서의 주요 가르침으로?

‘의인들의 불사불멸’과 ‘지혜의 의인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추구하는 지혜는 신적인 것을 인식하는 도구였지만, 여기서 지혜는 하느님의 계시입니다. 지혜는 하느님 창조 세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영원하신 분의 계시입니다. “지혜는 세상 끝에서 끝까지 힘차게 퍼져 가며 만물을 훌륭히 통솔한다.”(8,1) 지혜에 대한 이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정점에 이른다고 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5년 9월호,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작전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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