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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하느님의 집안 살림과 성경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8-24 조회수4,256 추천수1

[공동체와 함께 읽는 성경] 하느님의 집안 살림과 성경



성경은 구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창조 세계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구원 경륜(economy of salvation)에 대한 기록이 성경이다. 구원의 역사는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 안에서 펼쳐진다. 하느님의 구원 경륜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 정의, 인간과 자연 사이의 생태 정의 안에서 구체적으로 현실화된다. 이것은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전체적 맥락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성경의 경제학과 생태학에서 출발하여 하느님의 구원 경륜, 즉 그분의 집안 살림의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성경의 경제학과 생태학

구원의 역사 안에서의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는 성경의 경제학과 생태학에서 분명하게 표현된다. 경제(economy)와 생태(ecology)는 공통적으로 그리스어 오이코스(oikos)라는 말에서 유래한다. 오이코스는 집, 가정, 가족, 집안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제는 집안 살림의 계획, 경영, 관리를 하는 청지기의 일을 의미한다. 즉 경제는 다양한 형태의 집안 살림, 곧 가정, 공동체, 민족, 세계의 살림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청지기의 일과 관련 있다. 그것은 집안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인간답게 생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태는 집안 살림의 자연, 환경, 생태계와 관련 있다. 즉 생태는 생태계와 집안 구성원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환경, 자연, 자원의 보존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경제와 생태가 공통적으로 삶, 생활, 생명, 살림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와 같이 성경의 핵심 내용인 경제와 생태의 중심은 생명의 증진과 옹호, 곧 살림에 있다.


하느님의 구원 경륜과 집안 살림

경제의 그리스어 어원인 오이코노미아(oikonomia)는 집안 살림살이의 계획, 경영, 관리, 청지기의 일과 관련 있는데, 성경 안에서 이 단어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 구원의 경영, 구원의 질서를 의미한다. 성경 안에서의 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것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 계획”(에페 1,10 참조), “과거의 모든 시대에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안에 감추어져 있던 그 신비의 계획”(에페 3,9 참조), “하느님의 계획”(1티모 1,4 참조) 등이다. 이와 같이 창조 세계와 인간의 역사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과 경영이 바로 구원의 경륜이다.

성경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구원 경륜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의 창조와 구원 안에서 현실화된다. 구원 경륜은 모든 창조 세계의 공동의 집(common home)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하느님의 구원 경륜은 다름 아닌 집안 살림이다. 창조 세계와 인간의 역사 안에서 펼쳐지는 집안 살림은 경제와 생태를 통합하고, 생명과 살림을 목표로 한다.

하느님은 모든 창조 세계와 인간의 창조주이시다. 성경은 하느님과 창조물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대하여 말한다. 하느님은 당신에게 귀중한 창조물인 지구를 돌보신다. 그분은 당신이 만드신 인간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보살피시고, 그 고통에 함께 아파하신다(compassionate).


살림의 성경 읽기

살림은 한 개인이나 집안이 삶을 꾸려가는 방식이다. 사람은 살림을 살아가는 존재이고, 삶은 살림을 실천하는 자리이다. 살림을 생활화하여 삶의 일로 삼는 것이 살림살이이다. 살림살이는 죽이지 않고, 죽지 않도록 감싸주고 보살피는 삶의 방식이다. 우리는 사람-사이(人間)에서, 자연 안에서 이 살림살이를 살아야 한다. 살림살이는 사람살림, 사람살이, 생태 살림, 생태 살이다. 그래서 우리의 살림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새로운 살림살이에로의 초대이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 참된 인간화의 길이다. 사람을 살리신 예수님처럼 사는 삶인 예수 살이는 살림을 사는 삶, 곧 살림살이이다. 예수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살림을 사는 것이다. 이 살림살이가 우리 삶 안에서 예수님의 비전, 그분의 정신, 그분의 가치를 살아가는 예수 살이 인 것이다. 우리의 살림살이에서 생명, 살림, 샬롬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삶, 그것이 바로 새로운 복음화의 길이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이고 우리 공동체를 꾸려가는 방식인 살림살이는 살림을 살아가고 실천하는 살림살이가 되어야 한다.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잘하는 살림꾼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살림에 투신하는 살림꾼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죽임이 아닌 살림을, 죽음이 아닌 생명을, 폭력이 아니 평화를, 배제와 지배가 아닌 배려와 돌봄을, 닫힌 공동체가 아니라 열린 공동체를 선택한다. 그래서 우리는 살림을 살아가고 실천하는 알뜰한 살림꾼, 성실한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 한다.

따라서 대안적인 사회적 가능성(alternative social possibility)을 찾는 우리는 지배적 경제 체제의 논리를 거슬러, 경쟁보다는 연대를, 이윤보다는 인간에 대한 관심을, 성장보다는 생태적 완전함과 온전함, 곧 샬롬을, 죽음보다는 생명을, 죽임보다는 살림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관심은 온 인류 가족의 집안 살림과 그 환경을 돌보는 경제에 있기 때문이다.

창조 세계와 인간 위한 돌봄은 그리스도인의 제자로서의 삶, 청지기로서의 삶을 위해 본질적이다. 창조 세계를 위한 돌봄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찾는 우리의 성경 읽기를,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에 대한 우리의 명상과 땅을 위한 우리의 기도를, 하느님의 돌봄과 관심에 대하여 말하고 보여주는 우리의 증언을, 땅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우리의 단순한 생활 방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성경 읽기는 창조 세계와 인간을 살리는 살림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경 읽기는 우리의 개인, 가정, 공동체, 사회, 민족, 세계의 살림살이를 변화시키고 재구성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

* 송창현(미카엘) 신부는 1991년에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 학위(S.S.D.)를 취득하였고, 현재 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외침, 2015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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