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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5-13 조회수5,222 추천수0

[성경 속 사람들의 이야기]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

 

 

역사는 위대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기술됩니다. 그러나 그들만이 역사를 만든 것이 아닙니다. ‘작은 이들’, 평범한 사람들,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헤매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큰 물줄기를 만드는 이들이 있어 역사는 만들어지고 발전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도 그렇습니다. 부르심을 받은 특별한 사람만의 역사가 아닙니다. 백성들도, 비록 때로는 샛길로 들어서기는 하지만, 꾸준히 큰 줄기를 따라가며 역사를 만들어 갑니다. 하느님의 선택은 위대한 인물 한 사람만이 아니라 백성 전체에게 주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갖추는 것은 이집트 탈출 – 파스카, 갈대바다, 시나이 계약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 – 을 통해서입니다. 그들은 이 사건들 속에서 자신들을 돌보시는 하느님, 자연의 지배자-창조주 하느님, 계약의 하느님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그분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들이 하나의 민족, ‘이스라엘’,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것을 자각합니다.

 

그러나 그 자각이 곧장 완전한 하느님의 백성으로, 그분의 가르침을 온전히 따르는 이들로 그들이 변화하도록 한 것은 아닙니다. 긴 여정, 광야에서의 40년의 방랑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하느님이 누구신지, 그분 앞에 사는 길은 무엇인지, 하느님의 백성이란 어떤 이들인지를 깨우치고 삶으로 익히는 과정을 겪어야 약속의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탈출 15,22-신명 33,12는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겪은 일들에 대해 전해주고 있습니다. 탈출 19,1에 시나이에 도착한 이스라엘은 민수 10,11에 가서야 길을 떠납니다. 시나이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체결한 이스라엘은 십계명을 비롯한 여러 규정들을 선물로 받습니다. 광야생활이 끝날 때 모세는 가나안 땅을 앞에 두고 법과 규정들을 새롭게 하는데, 그 내용이 신명기에 담겨 있습니다.

 

법적인 것들(선언 형식의 법과 구체적인 사례에 따른 규정)을 제하고, 광야에서 일어나는 일들(탈출 15,22-18,27과 민수 10,11-36,12)을 살펴보면 크게 두 부류의 사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의 불평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불평이 광야라는 지리적 조건에서 오는 것일 때, 곧 생존과 관련된 문제들일 때는 하느님의 개입과 구원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이 불평이 하느님에 대한 불신이나 거부로 이어질 때는 심판이라는 결과가 따릅니다.

 

탈출 15,22-26 ‘마라의 쓴 물’이나 17,1-7 ‘마싸와 므리바의 물’ 사건은 광야에서 겪게 되는 갈증을, 16장의 만나와 메추라기 이야기는 배고픔을, 17,8-16 ‘아말렉족과의 전투’는 외적의 침입을 전합니다. 여기서 백성들은 모세에게 불평을 터뜨리고, 모세는 하느님께 간청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개입하심으로써 문제들이 해결됩니다. 생명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하느님께 부르짖자 구원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반면에 민수 11장의 백성의 불평(11,4ㄴ-6 ‘누가 우리에게 고기를 먹여줄까? 우리가 이집트 땅에서 공짜로 먹던 생선이며, 오이와 부추와 파와 마늘이 생각나는구나. 보이는 것은 이 만나뿐, 아무것도 없구나.’), 12장의 ‘미르얌과 아론’과 16장의 ‘코라와 다탄과 아비람’ 등이 벌이는 모세의 권위에 대한 도전, 14장의 백성들이 벌이는 주님과 모세의 인도에 대한 거부, 21장의 구리뱀 이야기 등은 하느님에 대한 불신과 거부, 그분의 말씀에 따르는 모세에 대한 도전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불평 앞에 나타나는 하느님의 개입은 ‘진노’라는 말로 표현되고 재앙이 공동체를 덮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느님에 대해 배워갑니다. 구원과 심판을 체험하며 하느님께서 누구신지 알게 됩니다.

 

광야는 분명 고난의 장소입니다. 온통 붉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민둥산들이 줄지어 있고, 한낮에는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다가 밤이면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먹을 것을 구하기도 어렵고 물을 찾지 못하면 누구라도 견딜 수 없습니다. 뱀과 약탈자들이 목숨을 노리고 다가옵니다. 어쩌다 내리는 비와 건조한 바람은 길을 다 헤집어 놓습니다. 그래서 광야는 길잡이(민수 10,29-32) 없이는 통과할 수 없는 곳입니다.

 

그 길을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구름(민수 9,15-23)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이스라엘과 함께 광야를 걸으시며 그들이 당신의 백성으로 성장하도록 이끄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그렇게 주님의 인도로 물을 찾고, 먹을 것을 얻고, 힘을 내어 적들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그 광야에서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구원 섭리를 체험하고 하느님께 대한 불신이 가져오는 결과-죽음에 대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이스라엘은 하느님을 찾을 때 어떠한 죽음의 위협이라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신앙의 진리에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스라엘에게 있어 광야는 하느님께만 의지해야 생명을 얻는다는 것, 달리 말해, 하느님께 대한 절대 신앙을 훈련/교육받는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후일에 예언자들이 광야로 돌아가자고, 하느님만을 바라보고 그분께만 의지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본모습으로 돌아가자고 그토록 외쳤던 것입니다.

 

주님은 광야와 같은 우리 삶의 여정에 함께 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때로 흔들리기도 하고, 때로 불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님은 언제나 우리와 동행하십니다. 돌아 보면, 인생의 그 부침, 신앙의 그 굴곡들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돌아보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께 청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주님의 은총이며 인도하심입니다. 아, 그래서 저는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 제 인생의 저 오르막들과 내리막들이 다 주님께서 나를 교육하시며 여기로 데려오시기 위한 섭리였습니다. 아멘.’

 

[2018년 5월 13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의정부주보 5-6면, 이용권 안드레아 신부(선교사목국 성서사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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