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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말씀과 함께 걷는다: 예레미야서 - 이스라엘의 회복과 구원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6-04 조회수5,604 추천수0

[말씀과 함께 걷는다 – 예레미야서] 이스라엘의 회복과 구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는 크게 세 가지 문제를 다룹니다. 전쟁 문제, 통치자인 임금과 관련한 문제, 일반 백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중에서 예언자가 특히 강조하고 상기하는 것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은 계약을 맺었기에 돌이킬 수 없는 관계’라는 점입니다. 과거를 지나간 시간으로 묶어 두지 않는 회상(回想)은 과거를 현재화합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따로 떨어진 점처럼 발생한 일과 흘러간 시간이, 하느님에 의해 과거로부터 계속 이어져 왔음을 한눈에 꿰뚫게 합니다. 이러한 체험은 성경의 세계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도 종종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는 현재의 디딤돌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2005년 졸업식에서 스티브 잡스가 연설하는 장면을 지난 해에 우연히 보았습니다. 그는 졸업생들에게 인생의 전환점들을 잇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대학을 중퇴하고 우연히 서체를 공부한 경험, 친구와 컴퓨터 사업을 시작한 일 등 인생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이 관련성 없는 점같이 보였는데, 10년 후에 돌아보니 너무나도 또렷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어떻게 연결될지 알 수 없으므로, 작은 계기가 미래와 연관될 것을 확신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자신 앞에 놓인 작은 일들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고 믿는다면,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연관성 없이 따로 존재하던 점들이 구슬을 꿰듯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체험을 한 사람이라면 잡스의 말에 공감할 것입니다.

 

다시 예레미야 예언자 이야기를 하자면, 전에도 말했듯이 예레미야는 생전에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고 고달프게 산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전한 하느님의 말씀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아 그 진위를 모르는 무지몽매한 동족에게서 배척을 당하고 거짓 예언자로 몰리기도 했습니다(7,25-28 참조). 28장을 보면 거짓 예언자인 하난야와 대립하는데, 예레미야는 유배가 70년 후에 끝날 것이라고 예언하였지만 하난야는 불과 2년 후에 끝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레미야는 하난야의 예언이 실현되지 않을 뿐 아니라 거짓 예언을 선포한 하난야가 그해에 죽을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28,16 참조).

 

훗날 그의 예언은 그대로 이루어졌지만 당시의 이스라엘 백성은 예레미야가 선포한 예언을 귀담아 듣지 않고,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그 예언이 참된 하느님의 말씀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예레미야가 전해 준 하느님 백성에 대한 경고와 심판, 이스라엘의 회복과 구원에 대한 말씀이 하나로 연결되는 말씀임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희망의 서곡

 

일찍이 예레미야는 전쟁 포로의 상징인 멍에를 자신의 목에 걸어 고국 유다의 멸망을 예고했습니다(27,1-11 참조). 그 예고대로 그는 고국이 쇠퇴하여 바빌론에 의해 포위되고 멸망당하는 암울한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메시아적 구원자에 대해 매우 길게 서술한 이사야와 달리 예레미야는 메시아적 구원자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스라엘의 영광스러운 회복을 말합니다.

 

이스라엘의 구원 신탁이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30-33장은 새 계약, 이스라엘의 회복, 새 출발, 주님의 영원한 사랑, 미래의 영광스러운 회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주제가 비록 예레미야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새 계약의 관점에서 구원과 회복에 관한 중요한 메시지를 다루는 것입니다.

 

 

영광스러운 회복

 

예언서를 읽다 보면 무시무시한 심판의 말씀 다음에 용서와 회복의 말씀이 언급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심판이 아니라 회복에 강조점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심판의 말씀이 심판으로 끝나지 않고 회개의 길로 들어서게 하여, 마침내 용서와 구원으로 이끌기 위한 전주곡처럼 울려 퍼지는 것입니다.

 

예레미야서는 초반부터 계약에 대한 이스라엘의 불충실을 흙탕물이 된 물웅덩이에 비유합니다. 그들이 생수의 원천을 버리고 물이 고이지 못하는 갈라진 저수 동굴을 팠다는 비유로 그들이 저지른 우상 숭배를 지탄합니다(2,13 참조). 이어서 다른 이방신들을 숭배하며 하느님을 저버린 그들의 죄상을 불륜에 비유합니다. 그러나 배반한 아내가 사랑하는 남편에게 돌아가듯 파기된 관계가 회복되도록 하느님께서 여전히 그들을 부르신다고 묘사합니다(3,20-22 참조). 이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우상을 버리고 하느님과 맺은 계약을 갱신하는 표시로 묵혀 둔 땅을 갈아엎듯 마음의 할례를 받아야 했습니다(4,1-4 참조). 예레미야는 우상 숭배로 하느님과 멀어진 그들에게 잘못된 길을 버리고 하느님께 돌아와 이웃을 사랑하고 주님만 섬기는 데 온 힘을 다하라고 권고합니다.

 

예레미야는 회복의 희망을 저버린 이스라엘 백성에게 “너희가 바빌론에서 일흔 해를 다 채우면 내가 너희를 찾아, 너희를 이곳에 다시 데려오리라는 은혜로운 나의 약속을 너희에게 이루어 주겠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몸소 마련한 계획을 분명히 알고 있다. 주님의 말씀이다. 그것은 평화를 위한 계획이지 재앙을 위한 계획이 아니므로, 나는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29,10-11)는 주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유배라는 파멸의 어둠에 이스라엘을 방치해 두지 않으시고, 어둠의 그늘 밑에 있는 그들에게 찾아오시어 새 계획을 시작하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예레미야는 70년이 지난 후에 이스라엘 백성이 고국으로 귀환하리라고 예언(16,14-15; 25,12; 29,10; 50,4-5 참조)할 뿐 아니라, 하느님의 거룩함을 반영하는 새 예루살렘의 모습을 내다보고(31,23-25 참조) 백성이 예루살렘을 ‘주님은 우리의 정의’라는 이름으로 부를 것이라고 말합니다(33,16 참조). 예루살렘은 회복된 민족의 중심이 될 것이고, 그 도성은 완전히 새롭게 건설되어 모든 지역이 거룩한 땅이 되리라고 예언합니다(30,17; 31,38-40 참조). 하느님의 복을 받은 예루살렘의 명성은 널리 퍼질 것이고, 하느님의 도성 예루살렘은 주님의 영광을 세상 모든 민족들에게 전할 것입니다(33,9 참조).

 

 

영원한 사랑의 표지인 새 계약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의 계약이 지닌 중대함과 귀중함을 유배지에서 깨닫습니다. 그들이 유배에서 풀려나 귀환한 것은 이집트 탈출 같은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죄를 용서받았기 때문에 더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33,6-8 참조). 영적 치유를 경험하고 평화와 번영의 복을 누릴 이 회복은 공정과 정의를 실행하는 메시아 시대를 암시하는 것으로, 무능한 임금 대신에 다윗 같은 이상적 통치자가 나타날 것임을 의미합니다.

 

사실 예레미야 시대의 다윗 왕조 통치자들은 요시야 임금을 제외하고 모두 그릇된 행동으로 하느님의 마음에 들지 못하였습니다(2열왕 23,32.37; 24,9.19 참조). 여호야킨의 자손들 가운데에서는 다윗 왕좌에 앉아 다스릴 사람이 나오지 않으리라(22,28-3 참조)고 하느님께서 선언하실 정도로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통치자가 되지 못한 것입니다. 유다의 마지막 임금 네 명 중 셋은 바빌론으로 끌려가는 수치를 당했습니다(2열왕 23,33-34; 24,15; 25,6-7; 예레 52,31-34 참조). 그러나 새로운 왕을 세워 다스리겠다는 하느님의 약속 때문에 다윗 왕조의 수치는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다시 일으켜 주실 통치자는 불의한 통치자와 달리 백성을 보호하고 정의와 사랑을 실행하여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주님은 우리의 정의’라고 부를 것입니다(23,6 참조).

 

따라서 이 새 날과 새 시대에는 모든 사람의 마음에 새 계약이 새겨지고, 하느님의 법이 내면화되어 주님을 아는 지식이 차고 넘쳐 복을 누릴 것입니다(31,31-34 참조). 새 계약에 대한 약속은 예레미야가 미리 보여 준 이스라엘의 영광스러운 회복입니다(31,31-37 참조). 하느님께서는 시나이 계약에서 당신에 대한 순종과 충성을 요구하셨지만, 새 계약에서는 당신에게서 멀어지려는 백성에게 새 마음을 부어 주시어 당신에 대한 경외심을 심어 주고 백성이 다시는 돌아서는 일이 없도록 하실 것입니다. 곧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변화시키기에 옛 계약과 변별되는 새 계약인 것입니다(32,40 참조).

 

또 새 계약에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다시는 버리지 않으실 것이라는 약속도 포함되어 있어 이스라엘에 대한 주님의 영원한 사랑을 드러냅니다. 딱딱하게 굳은 마음을 변화시켜 주시겠다고 약속한 새 계약은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의 법으로 인간의 살아 있는 마음에 새겨집니다(31,33 참조). 성령의 은총으로 새 계약을 맺은 우리도 사랑이 충만한 새 마음으로 거듭나야겠습니다.

 

* 황미숙 수녀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소속으로 영원한도움 성서연구소에서 소임하고 있다.

 

[성서와 함께, 2014년 12월호(통권 465호), 황미숙 마리루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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