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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똑똑 성경: 유딧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8-03 조회수9,355 추천수1

[똑똑 성경] 유딧기

 

 

Q. 유딧기는 어떤 책인가요?

 

•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하는 유다 여인 유딧에 관한 교훈 문학적 역사서입니다. 아시리아의 임금 네부카드네자르가 근동 곳곳에서 세력을 넓혀가던 시대(1-3장), 유다의 성읍 배툴리아 역시 그의 장수 홀로페르네스가 이끄는 군대에 포위됩니다(4장-7,19). 배툴리아의 수장들은 닷새라는 기한을 두고 하느님께 자비를 청하여 보고, 그래도 소용이 없다면 투항하기로 결의합니다(7,30-32). 이 소식은 남편을 잃은 후 하느님을 경외하는 데에만 마음을 두고 지내 온 아름다운 과부 유딧의 귀에 다다릅니다(8,1-9장). 하느님을 시험하려 하는 성읍 사람들의 태도를 나무란 유딧은 그분의 구원을 간청하며 스스로 홀로페르네스의 천막으로 향합니다(8,10-10,23). 하느님께서는 믿음과 용기 안에서 주도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이 유다 여인을 통해 군병의 수와 힘에 의지하는 이들의 교만을 꺾으시고, 당신 “미천한 이들의 하느님, 비천한 이들의 구조자, 약한 이들의 보호자, 버림받은 이들의 옹호자, 희망 없는 이들의 구원자”(9,11)로 드러내십니다(11장-16,20). 그 후로도 유딧은 경건하고 정결하게 살다가 남편 곁에 묻혔고, 이스라엘 자손들도 오래도록 평화를 누렸습니다(16,21-25).

 

 

Q. 네부카드네자르는 바빌론의 임금이지 않습니까?

 

• ‌기원전 604-562년에 통치했던 바빌론의 네부카드네자르가 기원전 606년에 멸망해 버린 아시리아의 임금이라는 캐릭터 설정을 통해 저자는 이스라엘의 기억으로부터 상징들을 불러내고 조합합니다. 실제 역사에서 북 왕국 이스라엘을 무너뜨렸던 아시리아, 그리고 남 왕국 유다를 점령하고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하였던 바빌론 또는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은 이스라엘의 기억 속에 광포한 정복자의 표상으로 새겨져 있었습니다. 또한 유딧기에 묘사된 아시리아는 그 이름부터 이 책이 저작될 무렵 근동 지역을 지배하였던 ‘시리아’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시리아 임금들이 가했던 억압과 박해에 대한 기억으로 향합니다. 이로부터 ‘아시리아의 임금 네부카드네자르’는 이스라엘이 과거에 경험했고, 현재 직면한,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들이닥칠 수 있는 압제 세력을 총괄하는 의미를 얻게 됩니다.

 

 

Q. 적장에게 다가갔던 유딧의 행위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 ‌유딧에게서는 오늘날 젠더 감수성(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혹은 편견을 성찰하는 능력)이라고 명명되는 자질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딧의 의식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재단되지 않았습니다. 신중하면서도 단호함과 확신에 찬 태도로 결단하고 행동하며(8,32-35; 13,4-9), 수장들의 그릇된 태도에 대해서는 시정하도록 설득할 줄 알고(8,10-27), 결정적인 때에 군사적인 조언도 합니다(14,1-10).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아름다움을 한껏 표현하되 도취로 기울지는 않으며, 자신을 성적 대상으로 축소하는 시선과 위험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자존감과 용기를 잃지 않고 뜻한 바를 지혜롭고 침착하게 실행해갑니다(11장-13,10.15-16). 그런데 유딧에게서 볼 수 있는 젠더 감수성은 단순히 인간적 역량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신앙과 조상들의 전승에서 동기를 얻고(8-9장), 율법에 대한 충실함과 조화를 이루며(12,1-2.5-9; 12,17-19), 기도와 찬양으로 촉진됩니다(9장; 13,14-16; 16장).

 

• ‌유다인 여자를 뜻하는 ‘유딧’은 남자 이름 ‘유다’와 함께 유다 백성을 상징합니다. 유다 백성을 표상하는 주인공이 여성으로 설정되었다는 점은 무력 침탈에 취약한 처지를 암시하는 한편, 그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무장병력도 이 백성을 위협할 수 없다는 역설을 시사합니다. 하느님은 군사력이 아니라, 약하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이 당신께 둔 믿음을 보시고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는 능력”(9,9)을 주심으로써 능력과 위력을 드러내시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유딧기는, 하느님께서는 “여자의 손”(9,10; 13,15; 16,5)으로 전쟁을 쳐 없애 버리신다고(9,7; 16,2) 고백합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을 시험하는 행위는 믿음에 반하는 태도임을 강조하고 비판합니다(8,11-27).

 

• ‌유딧기 전반에는 외세의 종교적인 침탈과 군사적인 억압으로부터 유다 백성을 격려하고 지켜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하느님께 대적하는 세상의 압제자와 이스라엘 민족의 갈등은 시리아의 안티오쿠스 4세(기원전 175-164) 때에 극에 달하였습니다. 그 끔찍한 박해를 겪었던 팔레스티나의 유다인들에게는 물론, 이민족 사이에 살면서도 고유한 율법과 전통으로 인해 융화되기 어려워 적대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야 했던 해외 거주 유다인(디아스포라)에게 신앙적 격려는 절실했습니다. 유딧기의 저자는 환난의 시대를 헤쳐가야 했던 유다인들에게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그분을 신뢰하고 율법을 충실히 지켜 나간다면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5,5-21; 11,9-11).

 

[외침, 2018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제1대리구 복음화2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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