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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토빗 · 유딧 · 에스테르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19 조회수6,678 추천수1

[2020 사목교서 ‘성서의 해 II’ 특집] 토빗 · 유딧 · 에스테르기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음직한 문제가 있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고자 노력하는데, 때로는 하느님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따르고자 하는 유혹을 받게 됩니다. 그것이 재물이 되기도 하고,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는 가운데 우리는 고민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하나?’ 아니면, ‘남들도 그러는데...’ 하면서 나의 욕심에 따를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 앞에서. 이러한 선택의 고민은 비단 오늘날을 살아가는 신앙인을 괴롭히는 주제입니다. 그러한 우리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가 바로 성경에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보다 더 위대한 척 등장하는 세상의 통치자들, 그들이 내놓는 세상의 법칙들. 그것을 따르지 않았을 때 겪게 되는 수많은 어려움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서 살아갔던 수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그 대표적인 책이 오늘 만나고자하는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입니다.

 

이 세 권의 책이 전해주는 시대적인 배경은 모두 차이가 있습니다. 토빗기와 유딧기는 기원전 8-7세기의 아시리아의 위협 속에서, 에스테르기는 기원전 6세기경의 페르시아의 긴장 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전혀 다른 배경 속에서 전개되는 이 세 권의 책은 이방 민족의 통치 하에서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면서 주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사람들이 복을 받고, 그들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주님의 백성을 구원하여 주신다는 공통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토빗기가 전해주는 신학적 주제는 하느님께서 인간의 역사에 언제나 함께 동행하신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하느님께서 직접 나서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자인 라파엘 천사를 통해서 인간의 여정에, 역사에 함께 하심을 알려줍니다. 아울러 그러한 동행이 가능하기 위해서 인간은 주님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살아가야 함도 알려줍니다. ‘토빗’이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인데, 이 이름은 히브리어 ‘토브야’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합니다. ‘토브야’는 ‘야훼는 좋으시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고통과 시련의 연속이지만, 좋으신 하느님께서 그 여정 속에 함께하시면서 구원을 베풀어주신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책, 그것이 바로 토빗기입니다.

 

유딧기는 씩씩한 여장부의 이야기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탄압하는 홀로페르네스라는 아시리아의 장수를 유다의 한 여인 유딧(유딧이라는 이름이 바로 유다 여인이라는 뜻입니다)이 암살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강대국의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가 아니라, 인간의 역사를 주관하는 참된 통치자 야훼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현실적으로는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위협하는, 눈에 보이는 적을 두려워할 수 있겠지만, 진정한 역사의 주인은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에스테르기는 유다 여인으로 페르시아의 임금 크세르크세스의 왕비인 에스테르를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왕비가 된 에스테르가 그녀의 사촌 모르도카이와 협력하여 유다인을 박해하는 하만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는 이야기입니다. 에스테르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는, 개인의 안위만은 생각하지 않고 민족 공동체를 생각한 에스테르의 공동체성의 강조와 하느님께서 바로 세상의 참된 통치자라는 인식입니다.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는 역사서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이 세 권의 책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방 민족의 위협 속에서도 주님의 가르침을 성실하게 지켜나갈 것을 전해줍니다. 그러한 이유로 이 세 권의 역사서는 교훈문학적 역사서라고 합니다. 어떠한 위협 속에서도 충실하게 주님의 길을 따르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을 세 권의 역사서는 우리에게 알려주고, 우리를 격려해 줍니다. 하느님께서 그 길에 대한 보상을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토빗기와 유딧기는 히브리어 성경이 아닌 그리스어 성경인 칠십인역 성경에만 담겨있습니다. 참고로 에스테르기는 히브리어 성경과 그리스어 성경의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우리 성경책에 담긴 에스테르기는 히브리어 성경과 그리스어 성경이 합쳐진 것입니다. 그리스어 성경에 담긴 절은 원에 숫자를 표기하여(예: ①) 구별합니다.]

 

[2020년 1월 19일 연중 제2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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