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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레위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02 조회수8,232 추천수1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레위기

 

 

창세기부터 시작해서 탈출기를 거치면서 성경은 하느님의 창조와 관련된 이야기, 약속의 땅과 이집트 유배 생활을 배경으로 하는 아브라함 이사악 · 야곱 · 요셉의 성조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집트에서의 탈출 여정을 말하고 있는데, 일련의 과정은 굉장히 역동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레위기에 이르면 마치 이 여정이 정지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법률적인 용어와 함께 여러 가지 규정이 등장합니다. 왜 갑자기 이러한 변화가 생긴 것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탈출기 마지막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탈출기의 마지막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만남의 천막을 지었습니다(참조 탈출 40,16-33). 그리고 모든 일을 마치자 구름이 천막 위에 머무름으로써 이스라엘 백성 한 가운데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이 드러나게 됩니다.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계속해서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면 이제 이스라엘 백성 또한 하느님의 거룩함을 받아들여 자신들도 거룩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레위기는 “나는 주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끊임없이 전하고 있습니다(11,44; 19,2; 20,7 등). 그렇기 때문에 레위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거룩해지기 위해서 지켜야 할 여러 전례적 규정과 생활 규범들을 단순한 권고가 아닌 규정으로써 전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이 함께 하시기 때문에 거룩함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상관없는 그런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레위기는 총 27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간단히 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1-7장까지는 다섯 가지 제사의 종류, 즉 번제 · 곡식제 · 친교제 · 속죄제 · 보상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사를 봉헌한 사제들에게 돌아갈 몫이 언급됩니다. 뒤이어 8-10장까지는 첫 제물 봉헌과 사제 축성 예식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는 사제들이 수행하는 중개의 기능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개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제들에게는 특별한 거룩함이 요구된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11-16장은 사제계 법전으로서 정결과 부정에 관한 법과 속죄일에 대한 규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특히 16장에서는 레위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모두가 죄를 벗는 속죄일의 장엄한 전례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7-26장은 성결 법전으로서 거룩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준수해야 할 규정과 이에 따른 축복과 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27장은 레위기의 부록으로서 서원과 보상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하느님의 거룩함을 닮아 이스라엘 백성은 거룩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거룩함을 통해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생명의 통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레위기가 전하고 있는 각각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성결법입니다. 성결법은 법전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탈출기의 계약법전, 신명기의 신명기 법전과 함께 오경에 등장하는 세 개의 법전 가운데 하나입니다. 세 법전 모두 이집트 탈출이라는 하느님의 구원 체험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많은 유사점을 보이지만 각각이 강조하는 바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탈출기의 계약법전이 이집트 탈출을 통해 주어지는 자유와 해방에 초점을 두고 있고, 신명기의 신명기 법전이 하느님과 맺은 계약에 주목하고 있다면, 레위기의 성결법전은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19,2)의 말씀처럼 거룩함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거룩함은 하느님께 속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 다른 민족들과 구별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결법은 단순히 제의적 거룩함 뿐만 아니라 윤리 · 도덕적 규정을 포함해서 보편적인 올바름을 넘어서는 삶 전체의 거룩함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야만이 거룩하신 하느님을 닮은 삶으로 하느님의 거룩함을 세상에 밝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레위기에서 말하는 거룩함에는 모든 속된 것으로부터의 분리, 하느님과 통교를 이루기 위한 성별(聖別),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하느님께 봉사하겠다는 다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중요한 계명 가운데 하나로 인용하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9)는 말씀도 레위기 성결법전의 말씀을 인용하신 것입니다(참조 레위 19,18).

 

그렇다면 이러한 레위기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레위기는 BC 1260년경 이집트에서 탈출한 뒤 하느님께서 선조들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레위기가 실제로 작성된 시간은 이보다 훨씬 후대로서, 바빌론 유배 이후에 최종적으로 편집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이스라엘에는 임금도 없고 예언자들의 예언도 사라져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사제들의 정치적 영향력과 역할이 증대되었습니다. 사제들은 바빌론 유배를 겪는 과정 속에서 허물어진 성전을 재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에 따라 이와 관련한 여러 규범과 예식들을 수집하고 보충하는 작업을 중대한 과업으로 실시하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레위기입니다. 이를 영성적인 측면에서 고찰해보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 탈출 과정을 겪으면서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거룩한 삶을 전례 규정으로 제정한 뒤 이를 지키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안정된 삶을 영유하면서 지금까지 지켜왔던 여러 규정들에 대해서 느슨한 마음을 지니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다윗 왕조의 멸망과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를 겪고 바빌론에서 유배 생활을 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삶에 대한 반성과 뼈아픈 회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전승으로 이어받아 지켜왔던 규정들을 다시 한 번 정확하게 문서화하고, 이를 통해서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거룩함을 회복하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다윗 왕국의 패망과 바빌론 유배를 겪으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난날 한 분이신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그에 따른 삶이 흐트러진 것이 이 모든 것의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레위기의 규정들과 그것들이 지향하는 거룩함은 실제로 작중 배경 당시인 이집트에서 탈출해서 약속의 땅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그리고 저작 배경 당시인 바빌론에서의 유배 그리고 유배를 마치고 가나안 땅으로 돌아가 성전을 재건하고 하느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중요한 지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mKvrUPEoGDc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1년 2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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