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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약 이야기2: 잔인한 구약의 하느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5-18 조회수4,515 추천수0

구약 이야기 (2) 잔인한 구약의 하느님

 

 

구약 성경을 읽다 보면 잔인하고 폭력적인 하느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신명기계 역사서, 특히 여호수아서에서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40년 동안 광야를 헤매던 이스라엘 백성은 마침내 요르단 강을 건너 약속의 땅을 차지하기 위해 진군한다. 그리고 예리코 성을 공격하기 전에 여호수아는 백성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함성을 질러라. 주님께서 저 성읍을 너희에게 넘겨주셨다. 성읍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주님을 위한 완전 봉헌물이다(여호 6,16-17).” 그리하여 이스라엘은 여호수아의 명령에 따라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소와 양과 나귀 할 것 없이, 성읍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칼로 쳐서 완전 봉헌물로 바쳤다(여호 6,21).” 이것은 신명기 7장과 20장의 전멸 규정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그들을 너희에게 넘겨주셔서 너희가 그들을 쳐부수게 될 때, 너희는 그들을 반드시 전멸시켜야 한다. 너희는 그들과 계약을 맺어서도, 그들을 불쌍히 여겨서도 안 된다(신명 7,2).” ‘아니 어떻게 하느님이 이러실 수 있지?’ 분심이 든다. 이스라엘 민족이 비록 선택된 민족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민족들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의 생명도 소중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한 묘사는 성경이 쓰여지던 시대 상황과 연관이 있다. 기원전 587년 남 유다가 바빌론에 의해 점령되면서, 백성들은 바빌론 유배라는 최악의 국가적 불행을 체험한다. 성전은 무너지고 땅도 빼앗겼다. 땅이 무엇인가? 그들이 하느님께 받은 계약의 표지이자 그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 그들은 생각한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주신 땅을 다시 빼앗아 가셨는가? 아! 우리가 당신의 율법을 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구나. 우리가 이방 민족들의 종교와 문화에 물들어 하느님을 버리고 우상을 섬겼기 때문이구나! 만일 우리가 가나안을 점령했을 때 차라리 그곳에 살던 민족들을 전멸시켰더라면 이런 멸망을 피할 수 있었을텐데….’

 

여호수아서, 더 나아가 신명기계 역사서는 이러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하여 쓰였다. 결국 자신들의 죄는 언제나 우상숭배였음을 잘 알고 있던 후대의 역사가들은 조상들이 가나안에 처음 정착하던 그 순간부터, 우상숭배와 이방 문화를 들여놓을 여지를 완전히 없앴어야 했다는 역사의식을 본문에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의식은 신명기에서도 나타난다. “모조리 전멸시켜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자기 신들에게 하는 온갖 역겨운 짓을 너희도 하라고 가르쳐서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께 죄를 짓게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신명 20,17-18).”

 

구약의 역사서들은 현대적 의미의 역사서와는 다르다. 구약의 저자들은 과거에 무슨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역사적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기록을 남긴 것이 아니다. 객관적인 글이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구약의 역사서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아왔던 과거에 대한 신학적 반성이다. 고대 역사가들에게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보다는 ‘그 사건이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때문에 저자들은 사건의 참뜻, 진실을 전하기 위해 다소 과장하거나 수정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폭력적이고 잔인한 모습으로 묘사된 하느님의 모습은 저자에 의해 과장된 모습이다. 우상숭배를 배척하기 위해서다. 오히려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 한 가지가 아니었을까?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신명 6,5).” 하느님만을 말이다.

 

[2021년 5월 16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정남진 안드레아 신부(용소막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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