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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야곱의 여정 (1) 인간의 속임수와 하느님의 섭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5-22 조회수3,975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야곱의 여정 (1) 인간의 속임수와 하느님의 섭리

 

 

형의 발뒤꿈치(‘아켑’)를 잡고 나왔다고 해서 야곱이라 불리고, 살갗이 붉어서 에사우라 불리는 쌍둥이 형제는 서로 매우 달랐습니다. 에사우는 살갗이 붉고 온몸이 털투성이라면 야곱은 살갗이 매끈하였습니다. 에사우는 자라서 솜씨 좋은 사냥꾼이 되었고, 야곱은 온순하여 천막에서 살았습니다. 육체적인 힘이 중요하게 여겨지던 시대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야곱은 여러 면에서 열등한 조건을 타고났다고 하겠습니다. 과연 야곱은 자신의 인간적인 약점을 어떻게 극복해나갈까요? 에사우가 불콩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넘길 정도로 부주의한 사람이라면 야곱은 속임수를 써서라도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려는 영리함을 가진 자였습니다. 장자권이란 장자의 유산 상속권을 말하는 것으로 고대 사회에서는 장자가 아버지의 유산을 모두 상속받았고, 대신에 동생들의 삶을 보살필 책임을 졌다고 합니다. 이 장자권은 점차로 장자가 다른 아들들보다 두 배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에사우는 장자권을 소홀히 여길 만큼 신중하지 못하였고, 또 이방인 여인들과 결혼을 함으로써 결국에는 하느님의 약속이 이어지는 족보에서 제외될 것입니다. 야곱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속임수를 써서 형에게 돌아갈 아버지의 마지막 축복마저 가로챕니다. 이 상황을 알게 된 에사우가 동생을 죽이려고 하자 어머니 레베카가 나서서 야곱을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보냅니다. 표면상의 이유는 야곱만큼은 동족의 여자와 결혼시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홀로 먼 길을 떠난 야곱은 여정의 도중에 베텔이라는 곳에서 잠을 자다가 꿈속에서 하느님을 뵙게 됩니다. 야곱이 꿈속에서 만난 하느님은 자신을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이라고 소개하시면서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땅과 후손, 축복에 대한 약속을 야곱에게 다시 주십니다. 그리고 야곱과 늘 함께 계시면서 그를 지켜 주시고, 그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을 만난 야곱은 자기 인생의 참 보호자가 따로 있음을 알게 되면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썼던 책략의 허무함을 깨닫고 다른 인물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약속을 지키신다면 돌아와 그곳을 하느님의 거처로 여기고 십일조를 바치겠다고 서원하였습니다. 

 

이후에 계속되는 야곱의 여정은 하느님의 섭리와 보호가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야곱은 긴 여정 끝에 어떤 우물에서 양 떼를 몰고 오는 라반의 딸 라헬을 만나게 되고, 그를 목적지까지 무사히 안내해 주신 하느님의 섭리에 목놓아 울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첫눈에 반하게 된 라헬을 아내로 얻고자 외삼촌 밑에서 7년을 노동하였습니다. 라헬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에게는 7년의 세월이 며칠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라반은 혼인식 날 라헬 대신 레아를 들여보냈습니다. 결국 야곱은 라헬을 얻기 위해 다시 7년을 외삼촌을 위해 일해야 했습니다. 외삼촌의 속임수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라반은 번번이 야곱의 품삯을 가로챘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야곱과 함께하시면서 그를 번성하게 해 주셨습니다. 라반조차도 자신에게 내린 복이 모두 야곱 때문임을, 아니 야곱과 함께하시는 하느님 때문임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야곱을 붙들어두고자 하였습니다.

 

어언 2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라반의 태도는 달라졌고, 또 조상들의 땅으로 돌아가라는 주님의 명령이 있었기에 야곱은 라반이 양털 깎는 축제를 벌인 틈을 타서 온 가족과 전 재산을 거두어 귀향길에 오릅니다. 3일 후에 이 사실을 알고 길앗의 미츠파까지 뒤쫓아온 라반과 상호불가침 계약을 맺음으로써 하란에서의 야곱의 삶은 종결됩니다. 가나안 땅에서 펼쳐질 야곱의 새로운 삶은 야뽁 강이라는 경계지를 건넘으로써 시작됩니다. 이 강에서의 체험을 통해 그의 이름은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바뀝니다. 다음 순례 여정은 야뽁 강에서 시작될 것이니 강을 건널 준비를 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2021년 5월 23일 성령 강림 대축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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