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민구 신부가 영국에서 발견한 주님의 기도
이는 한글을 천시하는 풍조에 따라
뜻풀이를 하지 않은 채 한문 기도문을
그대로 한글로 읽기만 한 것이다.
때문에 한문을 이해하는 지식인층만
그 뜻을 알 수 있었고 한문을 이해하지 못한
대다수 서민과 부녀자들은
뜻도 모른 채 그저 입으로 기도를 바치기만 했다.
이같은 내용은 한글로 기도문 번역을 마친
앵베르 주교가 로마에 보낸 편지에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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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자들은 천주교를 받아들인 그 시초부터 방언(한글)을 천시하는 관습에 따라
천주님께 방언으로 기도하는 것을 그렇게 합당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문 서적을 번역하는데 한자의 음만 따져 번역했지
그 뜻을 따라 번역하지 않고 사용했으며,
따라서 무엇을 기도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기도했습니다."
앵베르 주교는 뜻도 모른 채 기도를 바치는 신자들을 위해
번역 작업을 시작, 1년 만에 기도문 번역을 끝냈다. 이 때 나온 것이
「텬쥬성교공과」(천주성교공과, 天主聖敎功課)다. 이는 한글로 된 첫 공식 기도서다.
주님의 기도는 당시 '텬쥬경'(천주경)으로 불렸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비신 자여, 네 이름의 거룩하심이 나타나며'로 시작하는
이 기도는 이후 1969년 「가톨릭 기도서」가 발간돼 '주의 기도'가 될 때까지
100년이 넘게 사용됐다. 「가톨릭 기도서」는 한문투의 문장과 옛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현대 문법에 맞는 쉬운 문장으로 표현돼 신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