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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엘리야와 사렙타 과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1-31 조회수2,368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엘리야와 사렙타 과부

 

 

이스라엘의 북쪽에는 레바논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고대에는 페니키아라 일컬어진 곳입니다. 저는 여권에 이스라엘 입국 도장이 찍혀 있어 가볼 수 없지만, 엘리야의 활동과 관계되는 사렙타가 거기에 있습니다(1열왕 17,8-24). 엘리야가 이스라엘을 벗어나 사렙타로 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엘리야 시대 북왕국 임금 아합은 페니키아 공주 이제벨과 정략 혼인합니다(16,31). 그 영향으로 북왕국이 하느님과 풍우신 바알을 함께 섬기는 혼합주의로 기울자, 하느님은 엘리야를 통하여 가뭄을 선고하십니다(17,1). 징벌을 겪게 하고 이를 해갈해 주심으로써 비를 관장하는 신이 누구인지 증명하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엘리야는 분노한 아합 내외를 피하여 크릿 시내로 몸을 숨깁니다(3-7절). 크릿 시내가 말라 버린 뒤에는 하느님이 사렙타로 가게 하시지요. 크릿 시내는 유다 광야에 자리한 한 와디로 전해지는데요, 지금 거기에는 ‘성 조지 수도원’이 자리해 있습니다.

 

페니키아는 이제벨의 고향이지만 엘리야가 그 지역에 대해 적대적이었던 건 아닙니다. 사렙타 과부를 도와준 데서도 알 수 있지요. 사렙타 과부는 하느님을 섬기는 이가 아니었는데도 엘리야를 극진히 대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워낙 나빠, 먹고 죽을 빵 외에는 없다고 털어 놓습니다. 엘리야의 하느님이 “살아 계시는 한” 자신과 아들은 한 줌 빵을 먹고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12절). 살아 계신 하느님이 어떻게 이 모자를 죽게 두실 수 있을까요! 엘리야는 과부에게 먼저 자기를 위하여 빵을 만들어 오게 합니다(13절). 그 빵은 과부에게 목숨 같은 식량이었으니, 엘리야를 신뢰하지 않았다면 내놓을 수 없었겠지요. 따라서 ‘주님이 과부에게 명령하시어 먹을 걸 주도록 준비해 놓으셨다.’(9절)는 앞선 말씀은, 그런 신뢰와 도량을 지닌 여인을 물색해 두셨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가진 곡식 한 줌을 하느님의 사람에게 베푼 사렙타 과부는, 전 재산인 동전 한 닢을 성전 헌금궤에 넣은 과부(마르 12,41-44)를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사렙타의 과부 모자는 구원받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있은 뒤 그 아들이 병들어 죽게 됩니다. 과부는 엘리야에게 ‘왜 자기 집에 와서는 죄를 들춰 아이를 죽게 만들었느냐.’고 따집니다(18절). 하느님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이가 머묾으로써 자신의 숨은 죄가 들추어진 탓에 아이에게 벌이 내린 게 아니냐는 책망입니다. 자신의 환대를 악으로 갚았다는 것이지요. 이에 엘리야가 하느님께 청하자 아이가 살아나고요, 하느님은 이방 땅인 페니키아에서도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게 됩니다.

 

이 일은 후대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예수님도 나자렛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이 일을 인용하시지요(루카 4,26). 이스라엘 백성도 구제받지 못한 기근에서 사렙타 과부가 구제받았던 건, 자신이 가진 하나라도 나누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훗날 순례길이 열리면, 그 옛날 과부 모자가 살던 사렙타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1월 30일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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