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판관 이야기 (5) 여섯 번째 판관은 톨라(Tola)다. 기드온의 아들로 폭군이었던 아비멜렉 뒤를 정리했다. 그와 일곱 번째 판관 야이르(Jair)의 기록은 짧다. 두 판관시대엔 외부 침략이 없었기에 전쟁을 통한 공적이 없었다. 톨라의 역할은 아비멜렉이 남긴 공포정치 후유증을 청산하는 일이었다. 에프라임 산악 지대에 살면서 23년간 판관으로 있었다. 야이르는 톨라와 달랐다. 길앗에서 세력을 키우며 영화를 누렸다. 서른 명의 아들이 있었고 모두 나귀를 탔다.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 것이다. 그들에게는 마을이 하나씩 주어졌다. 야이르의 부락이라 불린 특수지역이다. 상황에 이르니 민중은 우상숭배에 젖어들었다. 결과는 암몬족 침입이었다. 요르단 강 동편에 살던 이민족으로 중심 도시는 라빠였다(1역대 20,1). 현재의 요르단 수도 암만(Amman)이다. 암만은 암몬에서 유래된 말임을 알 수 있다.
여덟 번째 판관 입타(Jephtha)는 암몬족을 몰아낸 영웅이다. 하지만 유년시절은 참담했다. 아버지가 창녀와 관계해 낳은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형제들은 입타를 내쫓았다. 그는 도적이 되었고 비적두목으로 변신했다. 이스라엘이 암몬족 학대를 견딜 때였다. 이후 민중은 우상숭배를 뉘우치며 주님의 개입을 청했다. 이렇게 해서 발탁된 인물이 입타다.
그의 파워는 막강했던 것이다. 주님의 영이 입타에게 내렸기에(판관 11,29) 암몬과의 싸움에서 대승한다. 그런데 전투에 앞서 맹세를 했었다. 승리하면 환영하는 첫 사람을 번제물로 바치겠다고 한 것이다.
놀랍게도 첫 사람은 그의 딸이었다. 입타에겐 비극이었다. 딸을 잃은 슬픔인지 6년간 판관으로 있다가 죽었다. 입타는 에프라임 지파의 독주를 막았다. 에프라임은 요셉의 둘째 아들이다. 야곱이 이집트에 정착한 것은 요셉 때문이었다. 그런 연유로 장자권(맏아들 권리)을 줬다(1역대 5,2). 요셉 뒤를 잇는 것은 첫아들 므나쎄가 아니라 에프라임이었다(창세 49,20). 이런 배경으로 에프라임 지파는 특수신분을 자처했다. 솔로몬 사후 왕국 분열에서(BC 931) 주도권을 쥔 이유이기도 하다. 기드온 때 에프라임 지파는 자신들 동의 없이 미디안과 싸운 것을 문제 삼았다. 기드온은 몸을 낮추며 변명했다(판관 8,3).
에프라임 지파는 입타에게도 허락 없이 암몬과 싸운 것에 시비를 건다. 입타는 달랐다. 그들과 내전을 벌린 것이다. 하지만 실전을 치르고 온 입타 군대를 이길 수 없었다. 에브라임 지파는 42,000명의 전사자를 내고 대패했다(판관 12,6). [2016년 8월 7일 연중 제19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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