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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기의 시작(판관 1-2장)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1-08 조회수1,046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기의 시작(판관기 1-2장)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순례하는 우리는 지금 약속의 땅, 그러니까 팔레스티나 땅에 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가나안 땅 여기저기에 정착하여 살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지도자인 여호수아의 영도 아래 약속의 땅을 선물로 받고 그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수아가 세상을 떠난 후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계속해서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하며, 서로 일치단결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유지하였을까요?

 

여호수아기 다음에 이어지는 책인 판관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보다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가나안 사람들이 섬기던 다른 신들을 섬김으로써 이스라엘의 이상을 실천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파들 간의 일치와 상호협력을 사는 데도 실패하였습니다. 여호수아기가 이상적인 이스라엘의 모습을 소개함으로써 그들이 어떻게 하여 약속의 땅을 차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려 한다면, 판관기는 이스라엘의 반복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판관들을 통하여 그들을 위기에서 구원하시고 이끌어 주시는 하느님에 관하여 이야기합니다.

 

판관기는 여호수아와 함께하였던 원로들이 다스리던 시대에서 시작되어 판관 삼손의 시대로 끝납니다. 사실 판관들의 시대는 사무엘로 끝나지만, 엘리와 사무엘은 판관기가 아니라 사무엘기에 등장합니다. 판관들이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시기는 200년이 못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떠났을 때가 기원전 1250년 경이라면 이스라엘의 첫 임금인 사울을 거쳐 다윗이 통일 왕국을 이룬 때가 기원전 1000년 경이기 때문입니다.

 

원로들의 시대는 여호수아가 죽은 후 판관들이 다스리기 전까지의 시기를 말합니다. 판관기 1장은 유다 지파를 시작으로 하여 각 지파들이 가나안 땅을 차지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대부분의 지파들은 자신들에게 할당된 땅을 차지하는 데 실패하고, 그곳에 살고 있던 주민들과 섞여 살게 되었습니다. 이 실패는 군사적인 한계에서 기인하기보다는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은 탓으로 기록됩니다. 이렇게 주변 민족들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한 까닭에 이스라엘 민족은 주변 민족들의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가나안족, 히타이트족, 아모리족, 프리즈족, 히위족, 여부스족과 섞여 살면서 그들과 혼인 관계를 맺고, 그들의 신들을 섬김으로써 하느님께 불충실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 하느님을 저버리고 이방 민족들이 섬기는 신들을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주변 민족들을 통하여 그들을 벌하십니다. 이민족들의 억압 아래 고통받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울부짖으면 하느님께서는 판관들을 통하여 그들을 구해내시고, 평화의 시기를 허락하십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하느님을 저버리고 이방인의 신들을 섬기는 잘못을 반복합니다. 이처럼 판관기는 판관들이 다스리던 시대의 역사를 죄-벌-울부짖음-구원이라는 신학적인 도식을 사용하여 서술합니다. 이런 신학적인 도식은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언급됩니다(판관 2,11-19; 6,7-10; 10,6-16). 이런 독특한 서술 방식 때문에 판관기의 독자들은 이스라엘의 반복된 잘못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들은 역사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는 어리석은 이들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거울에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보면 우리 모습도 이스라엘 백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의탁하는 대신에 자주 세상 걱정에 사로잡혀 있고, 하느님이 아닌 세상의 것에 의존하려 하지 않습니까?

 

다음 순례지로 떠나기 전에 잠깐 멈추어 서서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시다. 혹시라도 우리 삶의 주인이신 주님이 아니라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면, 주님께로 돌아설 수 있는 은총을 구합시다. 그리고 우리 “앞에 서서 가시는 주님”(판관 4,14)을 따릅시다.

 

[2023년 1월 8일(가해) 주님 공현 대축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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