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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화]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사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1-07 조회수3,491 추천수0

[성서의 풍속]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사제

 

 

- '희망의 봉헌과 사제 아론의 임직식', 246~56년, 벽화, 142.9X234.3cm, 다마스커스 국립박물관. 자료제공 = 정웅모 신부.

 

 

사제는 이스라엘 역사 초기에 여러 성소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제사장이었다. 사제는 열두 지파 중에서 레위 지파에 속한 사람만이 될 수 있었다(출애 28,1-2 참조).

 

하느님은 모세에게 아론과 그 아들들을 성막 문으로 데려다가 사제 임직식을 하게 하셨다(출애 29,4-9 참조). 이 예식은 오늘날 사제 수품식에 해당되는 예절이라 할 수 있다. 사제들은 이스라엘 민족에게 하느님과 맺은 계약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그에 따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가르치는 지도자였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을 대신해서 하느님께 제물을 바침으로써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에서는 필요한 경우에 사제는 백성들의 종교생활에 관련된 온갖 부분들을 관리하는 재판관 노릇까지도 했다. 레위 지파 후손들은 각 가문별로 대를 이어서 사제 혹은 성전 봉사 직무를 습득했다.

 

사제들은 일정한 예식을 거쳐서 사제직에 취임했다(출애 29,1-44 참조). 사제 임직식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졌다. 우선 사제로 임명될 사람은 먼저 목욕을 해야 했다. 물로 몸을 씻는 것은 성직을 받기 전 자신을 깨끗이 하여 모든 더러움을 씻어 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물이 귀한 유목 민족들에게 물로 씻는다는 것은 자신의 부정을 씻고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물로 몸을 씻은 후 사제가 될 사람에게는 규격에 따라 만든 영화롭고 아름다운 예복을 입게 했다.

 

이들이 걸쳤던 의복 재료는 금실과 자줏빛 털실, 붉은빛 털실, 진홍빛 털실과 고운 모시실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화려한 옷을 입게 하여 일반인과 구별한 것은 사제들이 하느님을 섬기기 위해 부르심을 받았다는 의식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명실상부하게 사제는 하느님의 거룩한 성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사제 직분의 존귀함과 막중한 책임을 나타내기 위해 사제 옷을 특별히 지어 입혀 '거룩히' 구별하게 했던 것이다. 만약 이 옷을 입지 않고 사제 일을 하려고 하면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사제가 옷을 다 입으면 그 머리에 기름을 붓는데, 이것은 '거룩히'구별됨을 나타낸다.

 

기름 부음을 받는다는 것은 하느님 인정을 받아야만 사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또한 동시에 사제들이 하느님 명령에 온전히 복종하겠다는 것을 나타낸다.

 

제사장 임명식 마지막 순서는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는 것이었다. 사제로 봉직하기 위해 속죄제와 번제, 임직식 제사와 친교제를 드려야만 했다(출애 29,10-36 참조). 속죄제는 칠일 동안 행하는데, 매일 먼저 속죄제를 드렸다.

 

이것은 사제도 율법적으로는 하느님 앞에 죄인이기에 백성들을 위해 속죄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들의 죄를 용서받기 위한 것이었다. 번제는 흠없는 숫양을 온전히 하느님께 불살라 드리는 것으로, 자신을 산 제물로 봉헌해서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완전히 헌신하겠다는 표시다.

 

친교제는 다른 두 제사와 달리 제물인 숫양의 피가 제단 주위와 사제들 몸과 의복에 뿌려졌고, 제물 고기 중에서 하느님 몫은 제단에서 태우고 나머지는 만남의 장막 문에서 먹었다.

 

임직식 제사에서 아론과 아들들은 제물인 숫양 머리에 손을 얹어 안수했으며, 숫양을 잡아 그 피를 찍어 자신들 오른쪽 귓바퀴 끝과 오른쪽 엄지 손가락과 발가락에 발랐다(출애 29,19-22 참조). 또 제단을 돌아가며 피를 뿌렸다. 이 피를 뿌리는 행위로 제단은 거룩하게 되었다.

 

숫양의 피를 오른쪽 귓바퀴에 뿌린 것은 '이제부터 하느님 말씀만 듣겠다'는 표지이며, 오른쪽 엄지 손가락과 발가락에 피를 바른 것은 '지금부터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행동만 하겠다'는 표시였다고 한다.

 

한편 이런 절차를 거쳐 사제로 봉사하게 된 사람은 일정 기간 하느님 성막에서 봉사한 뒤 은퇴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사제는 예언자와 왕을 대신하는 지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또한 예언자에게서 부정과 부패를 고발당하고 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사제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평화신문, 2004년 2월 29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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