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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 인간에게 귀찮지만 긴요한 쐐기풀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7-05-28 조회수3,601 추천수0

[성경 속의 동식물] 48 - 인간에게 귀찮지만 긴요한 쐐기풀

 

 

- 식용 및 약용으로 유용한 쐐기풀.

 

 

'놀라운 잡초' '건강에 좋은 야채' '신이 차려주신 밥상을 업신여기지 마라' 어떤 식물을  말하는 것일까? 정답은 쐐기풀이다.

 

사람들에게 높이 칭송 받아온 쐐기풀에 관한 동화도 있다. 안데르센의 「백조 왕자」에서 공주는 마법사의 저주를 받아 백조로 변한 오빠들을 위해  가시에 수없이 손을 찔리면서도 쐐기풀로 옷을 짜 입혀 마법을 푼다.

 

다년생초인 쐐기풀은 숲 가장자리에서 자라며 키는 1m 내외로 자란다. 포기 전체에 가시털이 나고 줄기에 세로능선이 있으며 잎의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겹톱니가 있다. 쐐기털에는 히스타민·개미산(포름산)·콜린·세로토닌 등이 들어 있고 잎에는 플라보노이드·카로티노이드·타닌 등이 들어 있다.

 

그래서 잎이나 가시에 찔리면 쐐기한테 쏘인 것처럼 아프고 심한 경우 물집도 생긴다. 쐐기풀의 가시는 단단하고 까칠까칠하며 잘 부러지고 주사기 바늘처럼 피부로 뚫고 들어가 독을 퍼뜨린다. 오래전 유럽에는 부활절에 쐐기풀로 몸을 치면서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관습이 있었다.

 

쐐기풀을 달인 차는 관절염, 통풍, 습진, 치질 등에 효과가 좋고, 쐐기풀 즙은 탈모, 비듬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쐐기풀은 뱀독의 해독제, 이뇨제, 요도염 치료에 이용되며 민간에서는 당뇨병 치료에도 사용한다. 유럽에서는 예로부터 쐐기풀 즙을 신경통 치료에 사용하고 또 가시로 환부를 찔러서 치료에 사용했다. 벌침으로 신경통을 치료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약용이나 식용 외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오래전 삼이나 아마, 목화가 등장하기 전까지 쐐기풀 줄기에서 섬유를 뽑아서 실을 만들고 천을 짰다. 16세기에도 쐐기풀을 침대시트, 돛대 등을 만드는데 이용했다고 하니 중요한 섬유식물이었던 것이다.

 

어린잎은 식용과 섬유를 뽑는데 다용도로 사용하고 녹색염료, 강장제로도 쓰였다. 뿌리는 황색 염료의 재료가 된다. 삶은 액은 진딧물 살충제로도 쓰여 무공해 농약 역할을 하기에 원예가들은 쐐기풀을 귀중히 여긴다고 한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며 한방에서 포기 전체를 약용한다. 이처럼 쐐기풀은 약용 또는 식용 식물로도 활용했다.

 

성경에서 쐐기풀은 폐허와 몰락, 황량함을 상징한다. "궁궐에는 가시나무가 올라오고 요새에는 쐐기풀과 엉겅퀴만 무성하여 승냥이들의 소굴이 되고 타조들의 마당이 되리라"(이사 34,13). "보아라, 온통 엉겅퀴가 우거지고 전부 쐐기풀이 뒤덮었으며 돌담이 무너져 있었다"(잠언 24,31).

 

성경에 언급된 쐐기풀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고 쓸모없는 것이었다. "가시덤불 대신 방백나무가 올라오고 쐐기풀 대신 도금양 나무가 올라오리라. 이 일은 주님께 영예가 되고 결코 끊어지지 않는 영원한 표징이 되리라"(이사 55,13). 그런데 인류와 함께한 쐐기풀의 역사가 4000년을 넘었다고 하니 하찮은 풀 한 포기가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이 새롭다.

 

[평화신문, 2007년 5월 20일,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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